"음식 먹으면 욕해주세요" 거식증 동경하는 '프로아나' 아시나요[허미담의 청춘보고서]
식사장애 환자 10명 중 8명 여성
英 10대 거식증 입원율 급증
전문가 "또래집단·매스컴 등 영향"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같이 굶을 분 구합니다.", "키 160cm에 몸무게 37kg가 목표입니다."
최근 10·20세대를 중심으로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선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섭식장애 중 하나인 거식증을 동경하며 무작정 적게 먹거나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일컬어 '프로아나(pro-anorexia)'라는 단어도 나왔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가 합쳐진 용어로, 거식증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는 미디어 등 외부요인이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마른 몸을 동경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19일 "단식 시도할 때마다 의지 부족으로 자꾸 실패했다. 혼자서는 안 될 것 같다. 대학 가기 전에 어떻게든 살 뺄 거다. 말라질 거다. 같이 조이실 분 구한다"고 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프로아나 하는 사람을 '프로아나족(族)', 프로아나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계정을 '프로아나계'라고 칭한다. 이들은 음식 섭취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거식증 증상과는 달리 식욕이 있음에도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의도적으로 음식 섭취를 억제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몸무게를 달성하기 위해 무작정 굶기, 먹고 토하기(먹토), 씹고 뱉기(씹뱉), 설사약 복용 등 위험한 방법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누리꾼은 SNS를 통해 '씹뱉' 방식을 권유하며 "딱 5일만 버텨라. 개인차일 수도 있지만, 단식 5일만 지나면 배 하나도 안 고프고 눈앞에 어떤 음식이 있든 먹고 싶지 않다"라며 "위도 엄청 작아져서 예전에 먹던 양의 4분의 1만 먹으면 배부르고 하루 거뜬히 버틴다. 씹뱉이라도 해서 5일만 버텨라"고 말했다.
문제는 무턱대고 먹는 양을 줄이면 섭식장애로 이어져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기 시절 무리한 다이어트는 영양 결핍 등을 초래해 저체온증, 저혈압, 부종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릴 위험이 커진다. 또 강박장애, 자기 비하, 우울감 등 심리적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기에 주의가 요구된다.
이 가운데 최근 5년간 여성을 중심으로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식사장애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총 4만59명으로, 같은 기간 남성은 7561명(18.9%), 여성은 3만2498명(81.1%)으로 여성 환자가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료인원이 가장 많은 성별·연령 집단은 20대 여성(7861명)으로 19.6%를 차지했다. 10대 여성 또한 6.9%(2759명)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했다.
섭식장애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보건당국이 지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1만4000명 수준이던 섭식 장애 입원 환자는 ▲2018년 1만6000명에서 ▲2019년 1만900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9년 입원 환자의 4분의 1은 18세 이하 청소년으로, 이들 중 거식증 환자는 240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프로아나' 해시태그(#)를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로 트위터 등을 통해 프로아나 관련 정보들이 올라오면서 이를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수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누리꾼은 "왜 모두가 볼 수 있는 SNS에 프로아나 관련 정보를 올리는지 모르겠다. 또 프로아나족들이 하는 다이어트 방법을 보면 결국 온종일 음료를 먹거나 먹고 토하기 같은 위험한 방법밖에 없다. 섭식 장애를 부추기는 글들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SNS를 많이 하는 10대들은 이런 글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의 경우 '#proana', '#anorexia' 등 섭식장애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도움이 필요하세요?'라는 문구가 있는 창이 나온다. 그러나 트위터 등은 별도의 제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또래 집단과 미디어 등 외부적 요인이 거식증에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모에 가장 민감한 시기가 청소년기다. 그렇다 보니 타인과 본인을 계속해서 비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본인을 계속해서 가꾸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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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각종 매스컴에도 젊고 마른 연예인들이 많이 노출되다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외모가 중요해진 경향이 있다. 이런 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과도한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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