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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망가지는 걸 봅니다" 희소병 '소뇌위축증' 을 아시나요 [인터뷰]

최종수정 2021.06.07 05:00 기사입력 2021.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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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병 알리는 유튜브…'내가 살아있는 것을 증명해주는 기록'
'영화 시나리오 작가' 꿈꿨던 지난날...25살에 멈춰버린 꿈
치료제 및 장애진단 관련 고충 호소...국가 지원 보완 절실
"술 취했나", "운동 부족" 등 오해의 시선도

지수씨가 평소 이동할 때 사용하는 유모차. 사진='비틀이'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지수씨가 평소 이동할 때 사용하는 유모차. 사진='비틀이'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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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이 병이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요. 자기 몸이 조금씩 망가져 가는 걸 맨정신으로 본다는 게…"


정지수(29·가명)씨는 '척추소뇌변성증'이라는 유전성 희소질환을 앓고 있다. 몸의 근육을 움직이도록 명령하는 소뇌가 망가지면서 근육을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서서히 몸의 근육이 굳어가며 시력과 인지기능의 저하,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이 찾아온다.

지수씨의 첫 증상은 보행장애로 발현됐다. 그는 5년 전인 25살에 내리막길을 내려가던 중 넘어질듯한 느낌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점차 몸에 이상증세를 발견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몸이 앞으로 휘청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마음속 한 켠엔 점점 불안감이 차올랐다.


영화 '1리터의 눈물' 속 주인공이 가진 병은 지수씨가 가진 증상과 똑같았다. 일본 열도를 눈물바다로 만든 이 영화는 척수소뇌변성증에 걸린 소녀의 실제 투병일기를 드라마로 제작한 작품이다.


계속되는 증상에 X-ray와 MRI까지 찍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렇게 동네의원, 지역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신경과를 거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 지금의 병을 진단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마다 진행 속도가 다른 이 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상이 악화된다. 당장 치료약이 없어 지수씨는 현재 3개월에 한번 병원을 오가며 활동재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외출을 할 때면 늘 유모차가 함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나라도 내 힘으로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일상생활부터 운동과 농사 등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비틀이'라는 유튜브 채널명으로 활동 중이다.


정지수(가명)씨가 쓴 글. 진전증(떨림 증상)으로 글씨를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진=정지수(가명)씨 제공

정지수(가명)씨가 쓴 글. 진전증(떨림 증상)으로 글씨를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진=정지수(가명)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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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보통 어느 정도 하시나.


▲저는 만보기를 켜놓고 하는데요, 3500보 이상을 걸으면 근육이 딱딱하게 뭉쳐서 더는 걷기가 힘들더라고요. 만보기로 쟀을 때 3500보 정도 걸어요.


-나름의 운동 노하우가 생기신 것 같다.


▲그렇죠. 신기하게도 걷기 힘들어질 때 만보기를 확인해보면 항상 3500보 근처더라고요.


-산책할 때도 유튜브 촬영 등으로 바쁘실 것 같다.


▲맞아요. 별로 하는 게 없어 보이는 것 같아도 되게 바빠요. 삼각대로 카메라를 놓고 촬영하고 다시 회수하러 가고. 유튜브 영상을 찍으려면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좀 운동을 더 하게 되는 게 있어요. 운동 목적으로 찍은 건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운동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일단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라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소뇌위축증이라는 병이 상당히 중병인데 의사 선생님들이 보시기에는 중한 질환이라는 걸 아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또 진행성이라 처음에 딱 보기에는 그렇게 심해 보이지 않아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죠. 그래서 환자들에게 막말 비슷한 말을 해요. 혹시 그 병이 아닌 거 아니냐, 근력운동을 안 해서 그런 거 아니냐, 의지가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쉽게 얘기를 하죠. 이런 오해를 푸는 방법이자 일반 대중들에게 병을 쉽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유튜브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병을 알려주는 게 유튜브를 찍는 목적이죠.


또 병이 진행되면서 제 모습을 누가 찍어주는 게 아니잖아요. 이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거예요. 미래에 상태가 더 나빠져서 유튜브를 찍고 싶어도 못 찍게 됐을 때 제가 찍어둔 영상을 보면 제 자신에게도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 성격은 어떤가.


가끔 인터뷰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큰 카메라 앞에서 떨지도 않고 얘기를 하느냐고 하는데 솔직히 대담해 보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많이 떨리죠. 원래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제 병에 걸리고 아무것도 못 하게 되니까 사회적으로 끝났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이거 해보고 안 되면 나는 끝장이다. 이렇게 생사가 달려버리니까 좀 안 떨고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실수하건, 말을 잘못하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못 하건 상관이 없어진 거죠.


과거 지수씨의 모습. 사진=정지수(가명)씨 제공

과거 지수씨의 모습. 사진=정지수(가명)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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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얘기를 해주셨다. 모두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하면 못 할 게 없을 것 같다.


▲맞아요. 제가 병에 걸리고서 달라진 게 전에는 "아 이거 하면 이런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해서 시도하지 못한 게 굉장히 많았는데 이제는 시도해보고 안 되면 어차피 나는 끝이니까. 그런 걱정을 다 미뤄두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얼굴을 내놓고 병을 알리는 것도 제가 증상이 이렇게 나쁘기 전에 봤었던 친구, 친척들이 볼 거라는 생각에 솔직히 조금 마음이 걸렸어요. 그래서 '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신경을 다 쓰기에는 저한테 남은 시간이 너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하기로 했어요.


-최근 많이 하는 생각은.


▲유튜브를 해서 사람들이 보시고 이 병에 대해서 많이 아시고 저한테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하는데, 전보다 구독자가 훨씬 많이 느니까 이게 어느 순간 약간 일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영상을 잘 찍어서 우리 환우님들한테 도움이 되고 사람들한테 이 병이 어떻다는 걸 알려주고 이런 걸 잘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생긴 거죠. 다들 저에게 기대를 많이 하시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제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고 있고, 유튜브는 일이 아니고 '내가 살아있는 것을 증명해주는 기록'이라고 계속 그렇게 마음을 단련하고 있어요.


지수씨의 영상 대부분은 그날의 감정을 담은 글로 마무리된다. 사진='비틀이'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지수씨의 영상 대부분은 그날의 감정을 담은 글로 마무리된다. 사진='비틀이'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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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영상 말미에 나오는 지수 씨의 글에 위로받고 있다.


▲제가 원래 아프기 전에는 글 쓰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글이 수필이나 그런 걸 쓰던 게 아니고 소설, 그중에서도 공포, 스릴러 장르를 쓰던 사람이었어요. 전자책으로 웹소설을 쓰고, 그걸 판매하는 일을 했었거든요. 병에 걸리고 나서 브이로그에 쓰는 글들은 솔직히 제가 글을 보여주려고 쓴다기보다는 제 일상 기록용으로 이 순간에 느끼는 마음을 담아서 쓰는 거였는데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뿌듯하고 기분 좋고 그러네요. 사람들이 제 글을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보셨으 하는 마음에 제 글을 넣은 달력 같은 걸 만들어볼까 싶기도 해요.


-좋아하셨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글 쓰는 쪽으로 꿈을 가지셨던 건가.


▲사람들이 대부분 인상 찌푸리고 보는 영화들을 좋아했어요. 제가 쓰던 것도 피 튀기고 그런 잔인한 거 아니면 스릴러, 사람 죽이는 이런 걸 썼죠.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어요. 병에 걸리기 전에 웹툰을 내서 제 작품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만드는 게 꿈이었거든요. 웹툰을 그리려고 그림 작가님들이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사 감독님들이랑 컨택하는 걸 많이 했었는데 병에 걸리고 나서 솔직히 지금은 말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불편해서 그 일은 이어나가기 어렵죠.


발급 받은 장애인증명서. 지수씨에 따르면 초·중기 소뇌위축증 환자들이 장애진단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사진=정지수(가명)씨 제공

발급 받은 장애인증명서. 지수씨에 따르면 초·중기 소뇌위축증 환자들이 장애진단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사진=정지수(가명)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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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대한 지원 등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부분이 있다면.


현재 소뇌위축증만을 위한 치료제는 없어요. 'OOOO'라는 치료제가 아닌 '완화제'가 있는데, 이게 원래는 항암제에요. 독한 함앙제를 암이 없는 사람이 먹는다는 게 굉장히 위험한 거거든요. 국가나 제약회사가 이게 희소병이니까 관심이 없고 임상시험을 안 해주는 거예요. 또 이게 백혈병 치료제라서 저희는 보험이 안 되다 보니까 굉장히 고가이고 사람마다 달라서 백프로 다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환우분들이 먹는 이유가 '혹시 나한테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셀프 임상시험을 하는 거죠.


장애진단도 솔직히 거의 말기에 다다라서 휠체어 타고 아무것도 못할 때가 되어야 중증이 나와요. 그런데 그정도 되면 혜택을 줘도 쓰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진짜 혜택이 필요한거는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분들인데, 이 환자들이 장애진단을 신청했을 때 경증이 나오거나 아예 진단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죠. 사실상 국가로부터 도움을 얻는 게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앞서 언급하신 것처럼 어떤 병인지도 모른 채 보여지는 것만으로 판단하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으셨을 것 같다.


▲걷는 모습을 보고 술 취했다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많고. 다만 본인의 "몰랐었다"라는 말을 방패로 사람들한테 상처를 주는 일을 정당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몰랐다는 말을 방패로 사람들이 막말하고 상처를 주고 하는 걸 정당화를 시켜서 얘기하잖아요. 나중에 몰라서 그랬다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면 더 그렇게 쉽게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상처를 받으니까요.


-증상을 발견하고 병을 진단받기까지 원인을 찾지 못해 여러 날, 여러 곳을 다니며 답답한 시기를 보내셨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다른 병원을 계속 찾고 했냐면 약이나 수술 이런 게 당연히 있어서 어디가 아프더라도 낫겠지라고 생각했어요. 혹시라도 내 몸이 안 좋고 불편한 거라면 초기에 발견해서 빨리 잡자는 생각으로 이 병원 저 병원 다녔죠. 결국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병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이 말 하고는 다른 병원에는 안 가게 됐어요. 의사선생님들은 현실에 대해서 잘 아시니까 제약회사가 이런 병에 관심이 없고 임상시험도 거의 없고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환자를 위해서 말을 해주시는 거죠. 병이 진행성이니까 많이 진행이 안 되었을 때 가족들하고 좋은 추억 많이 쌓고 맛있는 거 먹고 본인 하고 싶었던 거 많이 해라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는 이 병을 진단받았을 때, 마치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죠.


-지수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은.


▲다리가 불편한 건 휠체어나 장애인콜택시 등 방법을 찾아서 그렇게 많이 걱정이 안 되는데, 시력이 작년보다 훨씬 안 좋아졌다고 느껴요.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들면 카메라 초점이 나간 것처럼 눈에 초점이 안 맞는 거예요. 제가 걱정하는 건 눈이라서 인공눈물 이런 거 사거나 틈날 때마다 눈 근육 운동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안과에 가도 딱히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하세요. 이게 제가 눈하고 팔다리 불편한 거 하고 둘 중에 한 가지만 망가지면 어떻게든 그거에 대해서 좀 적응을 하고 하려고 할 텐데, 두 가지가 다 같이 망가져 버리니까 참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요즘은 제 마음 하나 바로잡기도 힘들죠.


-주변 시선이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미디어에 나왔다고 해서 (병을) 다 아시는 게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은 거의 그대로지만 이제는 제 마음가짐 자체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더 신경 안 쓰게 된 것 같아요. 옛날에는 사람들이 쳐다보면 위축이 되고 죄지은 사람처럼 다니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하고 벽을 치고 살았고 모든 사람들이 저를 다 미워하고 안 좋게 본다고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유튜브를 해보니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지금은 구독자님들을 비롯해 저의 이런 아픈 모습들을 지켜보며 응원해 주시는 좋으신 분들이 많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에 대해서 당당하게 맞부딪힐 용기가 생겼죠.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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