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보이지 않는 곳에서 펼쳐지는 날씨와 기후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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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소형 트럭만 한 사륜 로봇 차량이 화성 진입에 성공했다. 지구에서 7개월을 날아가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 후, 중력을 이겨내며 맨땅에 안착한 것이다. 로봇에서 빠져나온 무인 헬리콥터는 공기가 희박한 화성 대기를 날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로봇이나 헬리콥터의 외관만 보아서는 신비한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소프트웨어(SW)가 각종 장비와 도구를 움직여 우리 앞에 놀라운 광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을 앞세운 4차 산업 기술에서도 인공지능(AI)을 탑재한 SW가 대량의 자료를 분석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슈퍼컴퓨터도 겉모습만 보면 가느다란 전깃줄로 꽉 채워진 캐비닛에 불과하지만, ‘수치예보모델’이라고 부르는 SW가 전기 신호를 움직여 미래의 날씨와 기후를 계산해낸다. 기후변화는 우리 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기상과 기후를 예측하는 수치예보모델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수치예보모델은 그간 기상재해나 이상기후 변동으로부터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는 공익적 용도로 주로 쓰여 왔지만, 최근에는 경제 산업과 민간 비즈니스 영역으로 쓰임새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위성으로 곡물 작황을 파악하고 수치예보모델을 통해서 곡물 생산과 수요를 예측해 가격을 올리거나 미리 싼 값에 사들인다. 수치예보모델을 응용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량을 예측하고, 전력 수급 계획과 물류 수송 선로를 조정한다. 수치예보모델의 바람 예측에 맞춰 바닷길과 하늘길을 설정해 연료비용을 절감한다. 또한 해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오염 물질, 화산재와 산불 연기의 이동 경로와 농도를 예측해 국민 건강 보호에 기여한다. 수치예보모델을 응용한 민간 분야의 기상산업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내에 4조원을 훌쩍 넘을 거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온실기체 저감과 적응에 세계가 한마음이 됐지만 기술 경쟁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유럽은 기상과 기후예측을 비롯한 다목적 슈퍼컴퓨터 개발에 10조원 이상 투자하고 미국 기상청도 기상과 기후를 아우르는 모델 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SW가 갖는 기술 경쟁력에 주목해 일찌감치 수치예보모델의 독자적인 개발에 나섰다. 2011년부터 시작한 1차 사업을 통해서 전 지구적으로 대기 흐름을 10일간 예측해내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orean Integrated Model·KIM)을 개발했고 슈퍼컴퓨터에서 이 모델을 구동해 일기예보에 활용해온 지 1년이 됐다. 모델의 예측 성능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에 와 있다.

더 나아가 작년 하반기부터는 모델의 구성 요소를 해양, 식생, 토양으로 확장해 차세대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6년까지 2차 사업이 완료되면, 모델의 날씨 예측 구역은 한반도에서 경복궁을 구분해 낼 만큼 상세해지고, 10일에서 30일까지로 연장된 예측 구간에서도 확률적 기상 전망이 가능해질 것이다. 날씨 정보가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눈에 보이는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KIM은 지금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차세대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의 성공으로 더욱 나은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KIM이 더 큰 역할을 할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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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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