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연설에서 "낙수효과 없다…하위·중산층 경제 키울때"
바이든·파월 '듀오' 개혁, 1980년대 레이건·볼커 때와 정반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낙수효과는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늘리면 경기가 부양돼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론으로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를 뒷받침한 개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레이거노믹스를 부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29일 바이든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듀오(duo)’를 40년 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81~1989년 재임), 폴 볼커 Fed 의장(1979~1987년 재임)과 비교하며 미국 경제를 뿌리부터 개혁하려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개혁 방향은 정반대라고 강조했다.

◆경제 권력, 시장에서 정부로= 바이든은 경제 권력을 시장에서 정부로, 자본가에서 노동자로 옮기려 하고 있으며 효율성이 아닌 균등, 공급이 아닌 수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레이건은 시장, 자본가, 효율성, 공급을 중시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부유층에게 유리했다. 반면 바이든은 의회를 향해 "하위·중산층 경제를 키워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아담 포센 소장은 "바이든은 린든 존슨 대통령(1963~1969년 재임) 이후 노동조합, 재분배, 사회복지, 정부지출에 가장 친화적인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존슨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위대한 사회’ 정책으로 의료 제도를 확대하고 극빈층을 지원했다.

Fed의 역할도 정반대다. 볼커 전 의장은 한때 미국 기준금리를 20%선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파월 의장은 장기간 제로금리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기껏 해야 1%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볼커가 역대 Fed 의장 중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다면 파월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물가가 Fed의 정책 목표치인 2%를 넘어도 일정 부분 용인하겠다고 할 정도다.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대규모 부양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Fed도 초저금리 부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럿거스대학의 마이클 보르도 경제사학 교수는 "Fed가 정부의 확장적 정책에 지나치게 동조하고 있다"며 "볼커 전 의장 때 Fed가 얻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의 레이거노믹스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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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과잉공급인 시대 반영"= 블룸버그는 레이건과 바이든 모두 기존 정책들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존슨 대통령이 경제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을 키운 것에 대한 반발로 레이건은 정부 역할을 축소시켰다. 레이건 이후 자본주의가 비대해지면서 소득 불평등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바이든의 경제 정책은 이에 대한 반발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에서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볼커 의장 때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물론 상위 1% 부자들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9.4%에서 2014년 20.4%로 높아졌다. 소득 불균형이 심화된 것이다.


조지타운대의 폴 매컬리 교수는 "경제 체계와 공공 정책의 중요 변수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메간 그린 선임 펠로는 "레이거노믹스는 자본의 공급, 재화,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근거했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과잉공급이라는 판단에서 새로운 관점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과잉공급은 물가와 경제성장률을 억누르고 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지지자도 "낙수효과 없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바이든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뒤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바이든의 경제와 관련되 발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65%는 바이든의 부유층 세금 인상 방안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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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바이든의 견해에 동의한다는 응답률도 51%로 집계됐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26%에 불과했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응답률이 더 높았다. 10명 중 4명이 동의했고 3명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10명 중 7명이 동의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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