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에 국민의힘에 생기가 돌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압승,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재인 정부 자멸로 ‘대박’이 난 국민의힘 안팎에서 ‘이제 한번 해 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내년 대선까지 불과 10개월쯤 남겨 놓은 시점에서 국민의힘에는 엄청난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년 만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집권 5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에는 이제 더 이상 국정개혁 동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진보다는 큰 탈 없이 임기를 마치려는 의중이 더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최근 단행된 소폭 개각은 딱 그런 의미로 읽힌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하산(下山) 길은 더 위험하다. 이미 힘이 빠졌으니 내리막 곳곳이 낭떠러지다. 자칫 한순간 ‘레임덕’으로 갈 수도 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더 큰 배신감에 분노하는 여론의 뭇매는 생각보다 가혹할 것이다. 이젠 무엇 하나 기댈 곳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타고난 ‘야당 복’이다. 국정 난맥과 민생 파탄으로 이미 레임덕에 빠졌어야 했을 문재인 정부지만, 구태의연한 국민의힘 덕에 지금도 굳건히 버텨내고 있다. 비록 재·보선에선 참패했지만 내년 대선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어쩌면 유례없이 ‘레임덕 없는 정부’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관건은 국민의힘이다. 지난해 21대 총선 당시 궤멸적 참패를 당했지만 그럼에도 그 어떤 혁신 프로그램도 가동하지 못했다. 대안 부재와 책임 회피용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통해 시간만 보냈을 뿐 그 후에도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내부 상황을 보면 여전히 절망적이다. 국민의힘을 망친 그때 그 사람들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미는가 하면, 벌써 퇴출됐어야 할 구태들이 ‘정권 교체’ 운운하며 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국 정치의 미래와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적 한계를 파악하고도 남을 초선 의원들의 행보는 조용하다 못해 우울하다. ‘사람’의 문제인지 아니면 ‘구조’의 문제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몇몇 초선 의원들의 용기에 시선이 가긴 하지만 ‘세력화’라고 하기엔 턱없이 미력하다. 누구든 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세력화는 공감이요 연대이며 동시에 리더십 문제다. 국민의힘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어떤 성찰이나 결기가 공유되지 않는다면 세력화는 불가능하다. 또 이쪽저쪽으로 갈라져서 각자의 셈법에 따라 줄을 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21대 총선의 궤멸적 참패를 직접 당해 보고서도 아직도 길을 헤매고 있다면 국민의힘은 정말 구제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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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은 지금 국민의힘이 그들에게 어떻게 화답할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마침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이요, 그래서 별로 달라질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전당대회로 간다면 최악이다. 문재인 정부에 더 큰 야당 복이 터지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불속에 뛰어들더라도 구태의 판을 바꿔버리겠다는 요원지화(燎原之火)의 기세가 절박하다. 아직 잠재력이 충분한 초선 의원들과 젊은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사즉생(死卽生)의 명료한 이치를 이순신 장군에게만 묻지 마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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