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치밀 계획한 김태현…시민들 "여성 어떻게 안심하고 사나" 분통
피해자 상습 스토킹·범죄 실행 전 치밀 계획
살해 후 범행 현장서 끼니 챙겨먹는 '엽기 행각'도
"피해자 두려움 속 살았을 것", "엄벌 처해야" 시민들 분통
전문가 "스토킹 처벌법, 피해자 신변 보호 조항 중요"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해 사건 피의자 김태현(25)이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살인을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자칫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스토킹 범죄를 제때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회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을 통과한 바 있지만,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수 매체 보도를 취합하면,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오후 5시30분께 택배기사로 가장해 서울 노원구 아파트로 침입, 모녀 관계인 A(59)·B(24)·C(22) 씨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했다.
김태현은 C 씨를 먼저 살해한 뒤, 그로부터 5시간 후쯤 귀가한 모친 A 씨, 이후 B 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은 앞서 온라인 게임을 하다 B 씨를 만났는데, 당시 B 씨에게 교제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하는 과정에서 김태현은 B 씨를 지속해서 스토킹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 1월부터 B 씨를 상습적으로 스토킹하며 괴롭혔다. 이로 인해 B 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거나, 일부러 먼 길을 돌아 귀가해야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4일 오후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는 등 범행을 철저하게 계획하기도 했다. 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태현은 피해자 집으로 가기 전 휴대전화로 '급소'를 검색했으며, 범행 뒤 갈아입을 옷과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자신을 퀵서비스 배달기사로 위장하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범죄를 저지른 뒤 사흘간 범행 현장에 머무르면서 술·밥 등을 챙겨 먹는 '엽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으며,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고 자해를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스토킹 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질 때까지 피해자를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회사원 A(26) 씨는 "피해자가 상습적인 스토킹과 협박 등으로 두려움 속에서 살고, 또 결국 죽임을 당하는 동안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며 "상황이 이런데 어떤 여성들이 안심하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는 "꼭 엄벌에 처해서 스토킹이 절대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려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달 24일 본회의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스토킹 처벌법)을 통과한 바 있다. 지난 1999년 해당 법안 첫 발의 이후 22년 만이다.
해당 법안은 현행법상 경범죄인 스토킹을 범죄로 분류,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만약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전문가는 스토킹 범죄 처벌 관련 입법도 필요하지만, 경찰의 빠른 개입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6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스토커에게 임시 조처를 내려도 병적인 집착이 있어서 계속 어기는 사람들은 발생한다"라며 "임시 조치를 상습 위반하는 경우 (경찰이) 구속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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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런 부분(상습 위반)에 대해 새로운 죄명을 신설한다든가 해서 임시조치를 위반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개정 취지가 돼야 하지 않나"라며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한 조항들도 세세하게 추가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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