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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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은 모든 산업에 필수적이다. 50억개 이상의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덕분에 2024년까지 약 270억대의 장치가 지속적으로 생성한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전송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조업은 연구개발(R&D)에서 공장 운영, 서비스에 이르는 가치사슬의 모든 고리에서 생성되며 기업은 이 데이터를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다.


디지털 기술은 기업이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 기회를 창출했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무역은 인터넷상에서 상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글로벌밸류체인(GVC)과 스마트 제조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흐름과 서비스, 수많은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디지털 무역은 21세기 들어 GVC의 혁신을 가능하게 했고 국제무역의 패턴을 바꿔 놓았다. 2019년 발간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GVC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비중은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할 때 상품보다 컸다. 상식과 다른 것은 국제수지통계가 서비스 교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무역이 전방위로 확대되며 그 핵심인 디지털 데이터 서비스의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디지털 무역 규범이 낡아 21세기 현실과 제대로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별 데이터 이동 규제, 상이한 보안 표준, 암호 알고리즘과 소스코드 공개, 인터넷 서비스 규제 등이 그것이다.


디지털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디지털 기술의 사용과 데이터가 지역·나라별로 쪼개지는 기술 분열주의가 국가 간 기술협력을 뒷받침해 온 기술 범(汎)세계주의를 대체하는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스프린터넷(Splinternet)의 가능성이 제기된지는 오래지만 전략과 군사 기술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의 분기는 자명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세계의 핵심 설계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중국기업에 자국 디지털 기술의 수출을, 유럽은 중국으로부터 디지털 기술의 수입을 규제하고 나섰다. 최근 애플 아이폰과 테슬라의 사례에서 보듯 데이터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다. 디지털 데이터 흐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갈등은 디지털 무역의 확장성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중 대립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가 간 규제 차이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이 비준해 2018년 말 출범한 CPTPP의 가장 혁신적인 내용은 21세기 디지털 무역에 관한 규범이다. 전자상거래 규정은 데이터 전송 제한·데이터 이동금지 요건과 같은 왜곡된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초 미국이 주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엎어버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CPTPP로 전환된 후 영국이 참여 신청을 했으며 유럽연합(EU)도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규범에 따른 세계질서를 강조,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한 조 바이든 정부도 결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도 WTO 이후 최대의 다자 간 협정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CPTPP는 아직 디지털 무역에서 열위에 처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규정은 공백으로 남겨뒀다. 디지털 기술을 중소기업에 접목하는 것은 생산성이 정체된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이지만 기술력이 높은 선진국들이 CPTPP에 참여할 가능성을 생각하면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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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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