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추행 피해자 진술 번복… 그 자체로 신빙성 배척해선 안돼"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성추행 사건의 주요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법정에서 일부 진술이 바뀌더라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대법원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이 빈번하게 '2차 가해'에 노출된 점 등을 고려하면, 개별 피해자의 구체적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A씨는 2019년 지하철에서 피해자 B씨 쪽으로 몸을 붙여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등 약 5분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의 추행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지만, 조사 과정에선 "A씨가 서류 가방을 든 왼손으로 추행했다"고 진술하고서 법정에선 "오른손으로 추행했다"며 말을 바꿨다. 법정에서 피해 장소와 시점, 이후 정황을 추가로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1심은 "B씨가 진술을 번복하게 된 경위를 분명하게 말했고, 전체적인 추행의 피해 사실에 관해선 일관된 진술을 했다"며 "그가 A씨를 상대로 법정에서 허위의 진술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추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B씨가 5분 동안 강제추행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참았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추행사실과 간접사실에 관한 B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과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진술이 추가되는 모습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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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바뀐 것은 대부분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하고, 변경할 여지가 있는 사정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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