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식석상 나온 박원순 피해자 "시작부터 끝까지 피해자는 저…무력감 느껴"(종합)
피해호소인 명칭·2차 가해에 "모두 잘못된 일"
"고인의 방어권 포기에 피해 온전히 내 몫 돼"
"피해 사실 왜곡한 정당에서 시장 선출되면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19일 출간되는 책, '비극의 탄생'에 대한 입장도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해 심경을 밝혔다.
피해자 A씨는 17일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이 개최한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 기자회견에 참석해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며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 전임 시장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A씨는 "저의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과연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고 직면한 현실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칭과 사건 왜곡으로 극심한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은 처음부터 모두 잘못된 일"이라며 "그동한 고소하기로 한 결정이 너무도 끔찍한 오늘을 만든 건 아닐까 하는 견딜 수 없는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는 또 "고인이 살아서 사법 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인의 방어권 포기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내 몫이 됐다"고도 했다. A씨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중간중간 울먹거리기도 했다.
A씨는 앞서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서도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며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 번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고 했다. 이어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라며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 보호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질의응답에서 이날 회견에 참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본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면서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를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될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했다. 이어 "후회가 덜한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며 "제가 말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기고 말을 하지 않고 어떤 결과 생겼을 때 그 후회의 무게를 더 가벼운 쪽으로 선택했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의 사과도 부족하다고도 했다. A씨는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사과했지만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었던 게 아니고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사실을 축소·왜곡하려 했다"고 했다. 또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후속적인 조치가 있어야 된다"며 "지금까지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씨는 오는 19일 출간되는 '비극의 탄생'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해당 책은 박 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청 출입기자였던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시장실에 근무했던 전·현직 공무원들로부터 증언 등을 담아 엮은 책이다.
그는 "지인들을 통해 들은 바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정받은 사실들에 대해서 오히려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국가기관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정받은 피해사실과 개인이 저서에 쓴 주장은 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분별력 있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시선으로 책을 평가할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A씨는 변호인단과 지원단체 등을 통해 입장을 전해왔다. 지난해 7월22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어떤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과정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관련 내용을 박 전 시장 측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남인순 민주당 의원에게는 "이제라도 본인이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은폐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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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에 참석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2차 가해를 멈춰달라.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면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분들과 연대해서 이분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선의를 가진 분들에 대한 2차 가해 역시 멈춰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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