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세종=문채석 기자] 금융당국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15일 차명거래를 포함한 필지 매입대금 대출과정 조사에 착수하면서 속도가 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4일 합동조사단을 발족하면서 차명계좌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는데, 열흘이나 지나 관련 조사에 나선 것이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주도 특별수사단을 금융위·국세청 등 관계기관을 포함시킨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격상하고 "차명거래 등 모든 불법적·탈법적 투기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지도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특수본에 5명의 인력을 파견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의 대출 과정이 적법했는지 들여다 볼 계획이다. 이르면 이번 주 중 논란이 되고 있는 농협 북시흥지점에 대한 현장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번 LH 사태의 핵심은 가·차명거래와 미등기 거래 등 불법성이 짙은 부분을 파헤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기가 집중된 지역의 거래를 중심으로 자금흐름 추적이 필수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특수본 파견 및 수사착수 시기가 늦어지면서 관련 증거인멸 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명계좌의 경우 개인동의가 없어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1000만원 이상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서 "(투기의혹 자금추적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정부의 수사 의지문제를 꼬집었다. 들여다볼 수 있는 기관과 인력이 있었지만 조사 초기에 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어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철도공사 등으로 조사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최초 의혹이 불거진 뒤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이 1차 조사를 마치는 데에만 약 일주일이 걸렸다. 사실상 수사 단계에서 다시 전수조사를 할 수 밖에 없는데, 합조단의 수사 의뢰 자체가 늦어지면서 특수본 수사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AD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한다. 토지와 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비주담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담길 전망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농협 등 상호금융의 비주담대가 농어민이 아닌 일반인의 대출 우회로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LH 직원들도 경기 북시흥농협 비주담대로 총 43억원을 대출받았다. 시중은행은 내규를 통해 LTV 60% 안팎을 적용하고 있지만, 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비주담대의 담보인정비율(LTV)은 40∼70%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자체 조사 결과 농협 북시흥지점이 LH 직원 9명에게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건전성 규제나 담보가치 평가 기준 등을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비판을 받았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