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최대 과제 '권력기관 개혁'
경찰에 수사권 주고 도로 빼앗기?
눈앞 선거에 사라진 개혁 대의
희생은 묵묵히 책임 다한 경찰관몫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지역 투기 의혹이 정·관계의 '태풍'이 된 가운데 여권을 중심으로 특검 도입이 추진되는 모양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운을 뗐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이를 받아 야당에 특검을 제안했다. 일견 국민적 공분이 인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자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어딘가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 없다. 현재 이 사건을 수사하는 주체가 바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이기 때문이다. 권력기관 개혁, 그 일환인 검경 수사권조정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이번 LH 사건을 전적으로 경찰이 책임지고 수사할 수 있게 된 배경에도 수사구조 개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접 경·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긴 했어도 올해 1월 시행된 수사권조정에 따라 현재로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이 칼자루를 쥐게 된 데 현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LH 사건은 국수본의 첫 시험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식 출범은 1월에 이뤄졌지만, 남구준 국수본부장이 취임하고 처음 맞이한 대형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경찰은 '책임수사' 체제 구축을 위해 그간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수사 전문성을 강화해왔다. 각급 경찰관서에 베테랑 수사관들을 수사심사관·영장심사관으로 둔 것도, 사건처리 관련 이의 제도를 확대한 것도, 전문수사관을 선발한 것도 모두 경찰의 책임수사 실현을 위해 이뤄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경찰 입장에서 위기이자 기회로 받아들여졌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다면 거센 비판에 직면하겠으나, 수사력을 입증해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를 끊어낸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은 의욕적으로 이번 사건 수사에 임하고 있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이를 포함해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 770명의 인력을 투입한 것은 수사 의지를 드러내는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선 경찰 수사관들은 각종 자료를 살펴보고, 단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특검을 논하는 작금의 여당이 아쉽기만 하다. 경찰에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요구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특검 도입 추진은 '경찰을 믿기 어렵다'거나 '선거를 앞두고 성난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든지 당장 눈앞의 선거를 위해 자신들이 추진한 중대 과제였던 권력기관 개혁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과 다름없다. 이는 권력기관 개혁이 집중된 권한 분산과 공정한 수사, 인권보호를 위해 이뤄진 게 아니라는 신호도 줄 수 있다.

AD

국민 입장에서야 제대로 결과만 낸다면, 그래서 잘못된 부분이 바로잡힌다면 수사의 주체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여권이 성난 민심을 달래고,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특검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희생되는 것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해온 경찰관들이다. 그간 쌓아온 수사 노하우를 발휘하기도 전에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그들로서도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국수본 관계자는 특검 도입에 대해 "정치권에서 하는 것을 말씀드릴 건 아니다"면서 "특검에서 한다고 하면 통상적으로 자료 요청하면 그거대로 하고, 별개로 수사본부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은 '책임수사'의 주체에서 특검의 '들러리'로 변하게 된다.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찰을 믿고 지켜볼 수는 없는 걸까. 이후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차피 경찰의 몫일 테니 말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