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주주총회 앞두고
이사회 정한 안건 외 안건
잇따라 상정되며 우려 확대
기업경영 들여다보고
의결권 행사하는 감사위원
대주주 의결권 제한에
외부세력 개입 가능성 커져
국민연금 최대 캐스팅보트

의결권 제한에 감사위원 선출 누구도 예상 못해…경영 大혼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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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이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각 회사 이사회가 정한 안건 외에 다른 안건이 잇따라 상정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경영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사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외부세력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배당확대 등 소액주주 표심을 가져오기 위한 제안과 뒤섞이면서 앞으로 기업경영이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참여해 기업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의 핵심보직으로 꼽힌다.


◆금호석화 박철완 상무 사내이사 진입 여부 최대 이슈= 오는 26일 예정된 금호석유화학 주총에서는 이 회사 최대주주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 안건이 동시에 올라 표대결을 벌인다. 당초 박 상무의 배당액 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수정제안한 내용을 올리면 된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회사 이사회에서 정한 안건과 박 상무의 안건이 동시에 상정됐다. 박 상무는 회사가 제시한 배당액보다 2.6배가량 많은 1만1000원을 제시하는 한편 사내이사·감사위원으로 본인과 자신이 추천한 인물을 대거 올렸다.

박 상무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기업은 오너 일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면서 최근 회사 경영진이 결정한 금호리조트 인수결정이나 절차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주주제안을 한 게 경영권 분쟁이나 일각에서 얘기하듯 ‘조카의 난’이 아니라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앤컴퍼니·한진 감사위원 선임 놓고 진통=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국타이어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도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게 됐다.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임명해달라고 주주제안을 했다. 조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도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이혜웅 비알비 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제안했다. 두 회사 모두 오는 30일 주총이 예정됐다. 전일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조사를 진행하면서 건강상태를 살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진그룹 물류업체 한진도 주총에서 2대 주주 HYK와 표 대결이 예정됐다. 회사 측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한진 부사장을 맡고 있는 조현민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던 계획을 철회했으나 HYK 측은 배당확대, 이사정원 증원·결격사유 신설 등 회사 정관 변경, 감사위원 선임 등을 대거 제안해 안건으로 반영된 상태다. 주총은 오는 2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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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위력 발휘…국민연금 최대 캐스팅보트= 이들 회사에서 주총 표대결이 눈길을 끄는 건 올해 상법 개정안에 따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단순 표대결로 간다면 대주주 등 회사쪽이 유리할 공산이 크나 감사위원의 경우 대주주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금호석화의 경우 박 상무가 개인으로선 10%가 넘는 지분을 가져 최대주주며 박 회장과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 15%가 채 안된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나머지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이 과거 박찬구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 적이 있는 만큼 회사쪽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한국앤컴퍼니 역시 조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이 42.9% 지분을 갖고 있으나 감사위원 선출에서는 의결권이 대폭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조현식 부회장(19.32%)이나 조 회장의 차녀 조희원씨(10.82%), 조희경 이사장(0.83%) 등 다른 오너 일가는 물론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가 누구 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회사가 예상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상장사들이 올해 주총을 앞두고 불안감을 표시한 건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사 30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업·감사보고서를 미리 제공해야 하는데다 이사·감사 등 임원선임을 둘러싼 분쟁, 의결정족수 부족 등을 주요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관련해서는 상장사 3곳 가운데 1곳이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봤다.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는 물론 행동주의펀드 등 경영권을 흔드는 비우호세력이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규종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의결정족수 부족, 코로나 방역의무,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 등 상장사 부담이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며 "상장유지부담을 더 늘려선 안되며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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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에서는 당초 상법개정안의 취지와 달리 ‘3%룰’이 경영권 분쟁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취지를 정교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획일적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기업이 각자의 경영상황에 맞게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실효적인 감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기업들의 의견을 조금 더 반영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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