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지난해는 부동산, 올해는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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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지인들이 모인 카톡방마다 요즘 가장 뜨거운 화제는 단연 LH다. 1등급에 판사와 LH 직원을, 2등급에 유명로펌 변호사와 ‘형제가 LH 직원인 사람’을 올려놓은 ‘올해의 신 직업등급표’ 이미지가 올라오자 저마다 ‘웃프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지난해 커뮤니티 최대 화제가 ‘부동산 대란’이었다면, 올해는 LH가 될 듯한 예감이 든다.


LH 투기 사태는 ‘집 없는 사람들의 꿈’ 이었던 3기 신도시 예정지 정보를 미리 알고 LH 직원들이 인근 지역이나 개발 예정지에 투기를 했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모럴 해저드’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일해야 할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자를 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LH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내세우고 있는 공기업으로, LH가 조성하는 공공택지는 이 같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LH 직원이 나서서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과거에도 LH는 공공분양보다 민간분양에 치중한다며 ‘서민 주거 안정보다 땅 장사, 집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들이 공기업에 가진 신뢰도 하락하게 됐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공기업이라면 사기업보다 좀 더 국민에게 공평하고 공정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LH 사태로 그 일말의 신뢰마저도 깨졌다.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되는,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속내는 더욱 적나라하다. "아니꼬우면 이직하라", "이게 우리 복지 혜택이다", "공부 못해놓고 꼬투리 잡는다"는 말들은 LH 내에 퍼져 있는 모럴 해저드의 일면을 들여다보게 해 준다.


이제라도 투기자들을 색출해 발본색원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반갑지만 다소 허망하게 들린다. 보상을 노려 버드나무만 빽빽하게 심었다는 전문가적 면모를 과시했던 그들이 과연 일을 그리 허술하게 했을까. 이미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만들어 놓아, 조사 결과에는 ‘잔챙이’만 걸리는 것 아니냐며 냉소하는 이들도 있다.

투기 의혹은 LH 직원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같은 의혹은 ‘국회의원의 가족 중 한 명이 개발 인근 토지를 구입했는데 정작 의원 본인은 몰랐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도대체 왜 우리 집에는 ‘내가 모르는 개발지역 인근 토지’를 구입한 가족이 없는 것일까? 그저 궁금할 뿐이다. 의혹 대상이 된 일부 국회의원들이 "몰랐다", "처분하겠다"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투기를 한 LH 직원들도 이 같은 변명으로 일관하다 결국 ‘솜방망이’ 처분만 받고 풀려나는 것 아닐까 우려하는 국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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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민들을 가장 좌절시켰던 것은 ‘내 집’이 사라진다는 절망감이었다. 며칠새 수억원 가격이 뛰고, 전세가가 집값 수준으로 올라버리는 바람에 비자발적 난민이 돼야만 했던 많은 이들은 이제 3기 신도시마저 투기로 점철되는 것을 보며 절망하고 있다. 오늘 오후에 있을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맞는,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LH 사태는 문 정부 마지막 1년의 국정동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진화할 수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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