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개인 세번 적극 투자
주가 하락땐 자금 빠르게 빠져나가
이번엔 달라졌다는 개인투자자 시장 남을지 주목
고객예탁금, 시총의 2.5%뿐…그마저 한달새 10조 줄어 심각
증시 유입 자금규모 커졌지만 주가 계속 끌어올릴 정도는 아냐

[이종우의 경제읽기]주가 오르면 밀물, 내리면 썰물…동학개미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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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과거처럼 주가가 오를 때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빠져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가격에 관계없이 시장을 확실히 지켜주는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다양한 요인으로 설명되고 있다. 홈트레이딩 시스템과 SNS 등으로 정보 접근이 쉬워져 개인투자자가 기관이나 외국인과 비슷한 상태가 됐고 분석 능력이 과거보다 월등히 향상됐으며 금리가 낮아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커졌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어떤 요인이 개인투자자 확대를 촉발했는지에 관계없이 개인의 투자 열기가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은 동일하게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긍정적 변화를 얘기하는 쪽에서 비교 사례로 드는 곳이 미국이다.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식에 투자돼 주가가 두드러지게 상승했는데 우리도 이번 상승을 계기로 부동산에 몰려 있는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란 얘기다. 이 전망을 인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이 몇 개 있다. 과거 투자 수익률도 그 중 하나다. 1990년 이후 22년간 나스닥 지수가 30배 상승했다. S&P500지수도 나스닥만큼은 아니어도 10배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850대에서 3000으로 2.5배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 30년간 미국 시장은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해 주식이 투자자산으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우리는 투자수익률이 채권이나 예금 수익률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주식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주식의 투자 성적이 저조해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봤기 때문에 이들은 항상 주가가 언제 하락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 저조한 과거 수익률이 현재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안을 넘어 주식이 투자자산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우선 주가가 계속 올라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이는 과거 미국 시장이 겪어왔던 과정이다. 미국 사람들이 대공황으로 인한 심리적 공포를 털고 주식 투자에 다시 나선 건 1950년대 중반 이후다. 그 사이 미국 경제가 발전을 거듭해 세계 경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지만 주식시장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었다. 대공황 때 기억이 수십 년 후 개인투자자의 행동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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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 사이 우리 개인투자자가 투자에 적극 나섰던 적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1985~1988년이다. 코스피가 150에서 1000이 돼 주식시장이 현재의 모양으로 자리잡은 시기다. 매년 실질 투자자가 배 이상 늘었고 그 때 들어온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우리 시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두 번째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2000년까지다. 8개월 사이에 주가가 280에서 1050까지 상승하자 엄청난 돈이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개인이 직접투자한 경우도 있지만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더 많아 하루에 1조원 가까운 돈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기도 했다. 당시 시가총액이 150조원이었으니까 하루에 시가총액의 0.7% 가까운 돈이 투신사로 들어온 셈이 된다. 세 번째는 2006~2007년이다. 중국 특수로 경제가 좋아져 주가가 처음 2000을 넘을 때인데 6개월간 주식형 펀드로 80조원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문제는 주가 상승이 끝난 후에 벌어졌다. 주가가 오를 때에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가 바뀌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돈이 몰렸지만 1989년을 제외하고 두 경우 모두 주가 하락과 함께 돈이 빠르게 빠져나가 개인투자자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이번에는개인투자자가 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아직은 전망이 밝지 않다. 이번 개인투자자 증가는 저금리와 주가 상승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둘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전체 구도가 흔들리게 된다. 1980년대 중반 3저 호황처럼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유동성이 작동한 결과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를 시장에 오래 묶어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돈이 개인투자자의 변화를 확신할 정도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작년에 개인투자자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64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 사이 고객예탁금이 38조원 늘었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까지 포함한 대기자금은 51조원 늘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지난 두 달간 개인투자자가 두 시장에서 30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1월 12일과 26일에는 하루 4조원 넘는 순매수라는 믿기 어려운 숫자도 만들어냈다. 개인투자자의 시장 영향력이 최고에 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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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외형과 달리 개인투자자가 집어넣은 돈이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고객예탁금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게 사실이지만 이는 절대 규모만을 고려했을 얘기다.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도 커졌는데 이를 감안하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2월말 고객예탁금과 코스피,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은 각각 64조원과 2519조원이다. 고객예탁금이 시가총액의 2.5% 정도인데 과거 주가 상승기 때 비중 3%에 미치지 못한다. 거래대금과 비교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지난 두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4조원이다. 고객예탁금 전체를 가지고도 이틀도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인데 작년 1월 고객예탁금이 20조원일 때 해당 수치가 1.5일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예탁금 규모가 지난 한 달간 74조원에서 64조원으로 10조원 가까이 줄어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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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 들어온 돈이 큰 규모라고 증거는 경제지표와 비교할 때만이다. 통화지표와 비교가 대표적인 예인데 작년 12월 광의통화(M2)와 고객예탁금의 비중이 2%대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가 됐다. 둘의 차이는 시장과 경제에 대한 상이한 반응 속도 때문에 발생한다. 시가총액처럼 시장과 관련된 수치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이와 비교한 개인투자자금의 비중이 높아지지 않지만 경제변수는 느리게 움직여 증시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시장에 들어와 있는 자금 규모가 큰 게 사실이지만 주가를 계속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지난 1년간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지만 과거에 몰입돼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투자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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