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산 줄여놓고, 원전수출 지원한다는 정부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출범한 ‘원전 수출 자문위원회’는 관심을 끌었다. 민관 합동으로 원전수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중소원전기업의 기자재·부품 수출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혀 탈원전정책과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올해 원전수출 1호기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준공으로 원전수출 역사에 매우 의미있는 해가 될 거라며 체코, 폴란드 등 신규 원전사업 수주에도 총력을 다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산업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해외 수출에도 진정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산업부는 올해 원전산업수출기반구축 예산으로 30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31억원)와 비교하면 제자리 수준이다. 탈원전에 따른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일감이 줄어든 기업, 인력을 위해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인데 정작 지원금은 2.6% 줄였다. 원자력 핵심 기술개발(R&D) 예산도 지난해 649억원에서 올해 562억원으로 13.4% 감축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해외진출지원 예산은 70억원으로 원전 수출예산의 두 배다. 지원규모도 전년 대비 73.4% 확대했다. 산업부가 얘기하는 ‘에너지 전환’, 바꿔 말해 ‘탈원전’ 정책에 딱 들어맞는 예산 편성인 셈이다.
정부는 원전수출 확대 의지를 여러차례 밝혔지만 정작 국내에선 ‘탈원전’이라는 역주행 정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권 교체에 따른 갑작스런 정책 궤도 수정의 피해는 기업들과 지역사회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천대받는 원전산업이 해외에서 잘 통할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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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의 원전수출 예산을 보면서 더욱 씁쓸한 점은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로서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정부 정책으로 급속히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관련 예산은 줄였다. 산업부의 일성이 빈말로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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