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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무슨 죄" '멀쩡한 개 눈 적출' 동물 실험, 이대로 괜찮나

최종수정 2021.01.26 10:58 기사입력 2021.01.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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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개 안구 적출 연구팀 규탄" 靑 청원
동물단체 "잔혹한 실험 자행…심각한 생명 윤리 의식에 깊은 유감"
전문가 "동물실험, 결국 인간 편의 위한 것"

충북대 수의학과 연구팀이 개의 안구를 적출한 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 눈을 이식하는 실험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충북대 수의학과 연구팀이 개의 안구를 적출한 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 눈을 이식하는 실험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국내 한 연구진이 멀쩡한 개의 안구를 적출해 인공 눈을 이식하는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건강한 개의 안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일부러 빼내는 등 동물 실험 윤리를 어겼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를 학대라 규정하며 연구자 윤리 교육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 또한 해당 실험이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하며 동물실험 자체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멀쩡한 비글의 눈을 적출한 뒤 인공 눈을 심는 동물실험을 한 후 비글을 폐기 처분(안락사)한 수의대 교수팀을 규탄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한 대학교 수의대 교수팀이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비글 두 마리의 한쪽 눈을 각각 적출한 뒤,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인공 눈과 안와 임플란트(적출 후 빈 곳을 메워주기 위한 이식물)를 넣는 잔혹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며 "실험에 착취된 비글들은 모두 폐기 처분(안락사)되기까지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3D프린터를 이용한 기술'이라는 신기술에 대한 열망으로 멀쩡한 비글 두 마리의 눈을 적출해 실험 후 폐기 처리까지 한 수의대 연구팀의 시대에 뒤떨어진 비윤리성과 잔혹성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무능성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26일 오전 10시15분 기준 1만21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5일 동물 실험을 규탄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5일 동물 실험을 규탄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문제가 된 논문은 지난해 11월 충북대 수의학과 박경미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3D 프린팅을 활용한 반려견용 맞춤 인공 안구 : 예비연구(Custom-made artificial eyes using 3D printing for dogs: A preliminary study)'다.


해당 연구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인공 안구가 난치성 눈병으로 인해 적출된 동물의 안구를 대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연구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비글 두 마리의 한쪽 눈을 각각 적출한 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인공 안구를 넣고 6개월간 경과를 관찰했다. 실험에 사용된 개는 이후 모두 안락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실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체들은 관련 질병으로 이미 안구가 적출된 개를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개의 눈을 강제로 제거했다는 점과 수술 이후 개가 느낄 고통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도 이날 성명을 내고 "동물이나 인간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실험이 아닌, 단순 미용의 목적으로 두 마리의 비글을 희생시킨 불필요하고 비윤리적인 실험을 한 충북대 수의대 연구팀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연구팀이 단순 미용을 주목적으로 건강한 비글 두 마리의 안구를 적출하는 잔혹한 실험을 자행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한 사실이며, 연구팀의 심각한 생명 윤리 의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논문이 게재된 '플로스원'도 연구팀의 연구윤리를 문제 삼아 논문을 재평가 중이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동물실험의 비윤리성 행위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는 경북대 수의대가 전공과목인 '수의산과실습'에서 실습견들을 강제 교배시켰고, 이후 태어난 강아지들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사례도 있었다.


해당 사례들은 동물보호법 제23조가 정한 동물실험 기본 원칙인 3R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3R 원칙이란 △동물실험의 숫자를 줄이고(Reduction) △비동물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 △고통을 최소화(Refinement)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대학 내의 실험동물 공급 관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실험동물에 대한 비윤리적 실험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수의사의 배치가 의무화 돼 있다. 미국은 각 동물실험 시설에서 수의사를 정식고용하며 수의학적 관리 계획과 수의사의 정기적인 방문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또 유럽연합은 실험동물과 관련한 생산자, 공급자, 연구자 모두에 실험동물의학 전문 수의사를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는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대표는 "동물실험 자체가 인간의 편의를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비윤리적"이라며 "특히 이번 연구 같은 경우, 멀쩡한 동물의 안구를 적출했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은 이미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동물실험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또 동물실험 윤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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