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친여' 의원 중심으로 '검찰수사권 폐지 서약서' 독려
사실상 의원 '자기검열' 분위기 조성 아니냐는 지적도
'공수처 반대' 금태섭 연일 집단 비난 시달려
이낙연 대표 'MB·朴' 사면론 꺼냈다가 집중포화
진중권 "정당 정치 시스템 망가지는 것"

2019년 1월5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신년 행사인 '문파 라이브 에이드-해피뉴이어 토크쇼'가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19년 1월5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신년 행사인 '문파 라이브 에이드-해피뉴이어 토크쇼'가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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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치적 지향점을 지지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친문'(親文) 세력에서 일부 '친여'(親與) 의원들에게 '검찰수사권 폐지 서약서'를 독려하고 나서 의원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소속 정당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있다. 해당 법안 역시 완전 폐지가 아니라 일부 조정 등 개정의 뜻이 있는 의원이 있다면 이 법에 대해 찬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해당 법 완전 찬성이 아닌 조건부 찬성 등 여러 다양한 의견이 국회에서 민주적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친문에서 특정 법안 독려 행위로 의원들 처지에서는 사실상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 같은 현실은 다양한 목소리를 막는 획일화한 전체주의 의회로 치닫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친문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언급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탄핵하자는 취지의 주장도 나온 바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문 성향의 단체 '파란정치시민행동'은 '검찰수사권 폐지 시민행동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민주당 일부 의원들에게 서약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19년 11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수호와 검찰개혁'을 앞세우고 출범했다.


이 단체의 요청 그대로 일부 의원들은 서약을 하고 그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 등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민단체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입법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맙고 바람직한 일"이라며 자신의 이름 석자가 들어간 서약서를 공개했다.


'친문' 단체인 '파란장미 시민행동'이 의원들에게 보내는 '검찰 수사관 폐지' 동의 서약서.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친문' 단체인 '파란장미 시민행동'이 의원들에게 보내는 '검찰 수사관 폐지' 동의 서약서.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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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약서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양대 검찰개혁 과제를 이루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반드시 전면 실현하기를 원합니다"란 내용이 담겨 있다.


또 "2021년 상반기 내에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를 위한 법률안을 통과시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으로서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서약한다"고 적혀있다.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서약에 동참한 의원은 황 의원 외에도 같은 당 이수진, 김용민 의원 등이 참여했다.


문제는 일부 의원들의 경우 친문이 주장하는 법안에 다른 생각이 있거나, 조정안이 있는 의원들의 경우다. 친문 세력에서 밀고 있는 법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가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이른바 '입법 청구 문자 테러'나 전화로 각종 욕설이 담긴 통화 등 의정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21일 금태섭 전 의원은 민주당 탈당 선언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 편가르기 오만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21일 금태섭 전 의원은 민주당 탈당 선언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 편가르기 오만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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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친문에 찍혀 문 대통령 의중이나 문재인 정부에 반대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조국 전 법무장관과 공수처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 친문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결국 탈당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있다. 2019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 신설법안에 금 전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금 전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민주당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른바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금 전 의원이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문 지지자들은 금 전 의원의 페이스북 등 SNS에 찾아가 '한국당에 입당하라' '민주당을 탈당하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관련 법 (국회법 제114조)에 따라 △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소속 정당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를 하고 △헌법(헌법 제46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탈당' 촉구 등 거친 비판을 받으며 집단 비난에 시달렸다. 이어 당론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징계를 결정했다. 금 전 의원은 재심을 청구했지만 당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결국 당을 탈당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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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금 전 의원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던 친문 세력은 이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자는 취지로 언급한 이낙연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1일 연합뉴스와 신년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구상 배경으로 '국민 통합'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일부 친문 세력의 이 대표 비판은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아예 당에서 탄핵을 하자는 거친 주당도 나오고 있다. 당헌당규를 참조해 대표를 퇴진하자고 하는 강경한 말도 나오는가 하면, 다 같이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자는 제안도 일고 있다.


결국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은 이 대표는 3일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친문과 당내 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나오자 사면론을 잠시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친문의 움직임은 정당 정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파란정치시민행동'은 금 전 의원이 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한 2019년 말 공수처 설치 법안 찬성 서약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표창원 전 민주당 의원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 올린 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특정 사안 찬반 관련 양식 회신 혹은 공문 발송 요구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경고 및 문제 제기하는 연락들도 동시에 접수되고 있다"며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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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불편하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한 40대 회사원은 "대놓고 의원 양심이 '친문'이냐를 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각종 갈등과 다툼, 다양한 목소리가 모인 공간 아닌가, 이렇게 '앞으로 나란히' 하는 곳은 회사다. 국회가 기업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친문이 민주당에서는 좋은 역할로도 작동하지만 결국 이렇게 하나 둘 단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30대 회사원은 "의원들이 왜 친문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면서 "결국 친문 세력이 우리나라 전체 입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친문 세력 행보에 전문가들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남의 후광으로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팬덤 정치로 인해 정당정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는 아버지의 후광, 문재인은 친구의 후광, 둘의 공통점은 팬덤정치라는 데 있다"며 "그 팬덤의 기반은 타인의 아우라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대리물, 문재인은 노무현의 대리물이기에 팬덤을 거느리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팬덤정치의 문제는 대의민주주의 절차를 건너뛰고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데에 있다"며 "팬덤은 자신들의 의지를 지도자가 직접 대변해 준다고 믿는다. 그러다 보니 정당정치의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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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촛불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는 전환점으로 기대됐지만, 지금 한국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라며 "이 위기는 학생 운동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이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고 비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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