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요기요 매각 외엔 독과점 우려 해소 어렵다"
공정위, DH-우형 결합 조건부 승인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딜리버리히어로(DH)에 요기요 지분을 모두 팔아야 배달의민족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승인'을 하지 않으면 경쟁제한성(독과점 등)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공정위는 DH에 요기요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배민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승인'을 발표했다. 합병 시 거래액 기준 시장점유율이 99.2%(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만큼 쿠팡이츠 등 후발 주자가 합병사의 독과점을 막을 정도로 의미 있는 경쟁 상대로 떠오르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다음은 조 위원장과 배영수 시장구조개선정책관, 조성익 경제분석과장 등이 기자단과 한 일문일답의 주요 내용이다.
▲상반기에 배민 수수료 인상 논란이 발생했는데 이번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조성욱 위원장) 지난 4월 배민이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수수료를 인상했다. 인상 의도, 수수료 체계 변화를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수료가 실질적으로 인상된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수수료율이 실질적으로 인상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요기요 매각이 기업결합 조건으로 걸렸는데, 다른 조건으로도 승인을 검토했나.
=(조 위원장) 처음에 시장 획정을 하고 여기에 경쟁제한성이 있는지 평가한 다음 경쟁제한성이 있다면 이를 완화할 요인이 있는지를 본다. 경쟁제한성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대한 완화요인은 작다고 판단해 몇 가지 시정조치 판단을 했다.
=(배영수 정책관) 배민의 수수료 개편 의도 등을 봤을 때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가격 인상이라고 판단했다.
▲기업결합에 있어 조건부 승인을 피심인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
=(배 정책관) 회사가 자산매각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기업결합을 스스로 포기를 하면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공정위의 자산 매각명령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 DH는 결합의 목적이 DH의 물류시스템 기술과 우아한형제들(우형)의 마케팅 능력 간의 시너지 창출이라고 했다. 결합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요구하는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2009년에 이베이가 G마켓 인수할 때 '온라인 마켓이 역동적인 초기 시장이고 진입장벽이 낮다'는 결정으로 승인을 했다. 양사 결합 점유율이 90% 정도로 이번 'DH-우형 결합' 건과 비슷했는데,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는 이유가 뭔가.
=(조 위원장) 외형상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면에선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시장의 특성에선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이베이-G마켓은 판매자 측면에서 오픈마켓 시장에서만 경쟁제한 우려가 있었다고 판단한 반면, 이번엔 음식점 및 소비자 측면 양쪽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둘째, 이베이-G마켓은 G마켓이 옥션을 제치고 1위로 등극한 반면, 배달앱 시장에선 지난 10년 동안 요기요, 배민을 빼면 점유율을 5% 이상으로 늘리면서 시장에 안착한 사업자들이 없었다. 역동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원회의에서 나온 (조건부 승인에 대한) 반대 의견을 소개해줄 수 있나.
=(조 위원장) 전원회의 합의 내용은 비밀유지를 해야 되는 것으로 안다. 경쟁제한성에 대한 우려, 새롭게 경쟁제한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요인, (공정위의) 조치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했지만 그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5년간 점유율이 고착화됐다지만, 아직 배달앱 시장이 확장하는 단계인데 공정위가 배달앱 시장을 '정체적 시장'으로 보는 게 맞나. 공정위는 동태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판단을 보류한 것인지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조 위원장) 쿠팡이츠가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규모에서 배민에 대응해 경쟁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은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경쟁자 진입 부분에 대해선 이름을 밝히지 못하지만 업계에서 새롭게 들어올 것으로 논의되는 기업이 (있다).
▲만약 (공정위가 배달앱 시장의) 동태성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면 구조적 조치보다는 행태적 조치를 부과하는 게 일반적인 것 아닌가. 요기요 매각안 외 다른 방식 중 경쟁제한성 관련 방안이 전혀 없었던 것인지.
=(조 위원장) 동태적으로 분석하든 정태적으로 분석하든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말에 공정위가 동의를 했다. (배달앱 시장을) 동태적으로 봤을 때 경쟁제한성 완화를 일정 기간 동안 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자료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위는 구조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정조치 비용도 굉장히 높았을 것이다. 배달앱 시장에선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쿠폰의 할인율, 내용 등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런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해 공정위가 행태적 조치를 할 경우 감시나 이행점검이 어려울 수도 있다.
▲배달 시장은 전국 시장이 아니라 30분 내에 배달할 수 있는 지역시장 안을 무대로 시작했다. 배민, 요기요, 배달통, 지금 쿠팡이츠도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이츠의) 전국 시장에서의 역할이 아직 부족하다고 하는 건 공정위가 시장을 좁게 보는 것 아닌지.
=(조성익 과장) 지리적 시장 획정을 할 때 지역 시장으로 쪼개서 획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30분 이내 지역으로 나눈다 해도 정해진 구역이 없어 시장이 계속 겹칠 수밖에 없다. 배달앱 사업자들이 전국에서 같은 수수료, 할인 체계를 갖고 있지 않아 사업자들이 전국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 다른 나라의 경쟁 당국에서 배달앱 시장 사건을 모두 전국 시장으로 획정했다는 점을 두루 고려해 지역 시장보다 전국 시장으로 획정했다. 쿠팡이츠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전국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전국 사업자 단위에서 역할을 하는 데 (합병사에 대한) 경쟁 압력으로 충분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해 정보자산의 격차가 발생할 경우 경쟁사업자가 시장에서 안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나 근거로 이뤄진 것인지.
=(조 위원장) 우선 정보자산이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에게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 같지는 않아 보인다는 측면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경우 사업자에게 주문한 소비자의 정보 요소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정보가 모여 빅데이터가 되고, 이 빅데이터를 마케팅이나 새로운 사업에 활용하기 시작하면 경쟁 제한적인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달앱 사업자가 자회사 같은 형태로 공유주방, 배달대행을 할 경우 빅데이터를 사용해 특정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를 특정 공유주방에만 주거나 배달앱 노출 순서를 조정하는 식으로 배달대행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결정은 사실상 지금의 시장구조를 유지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민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구조에 대한 공정위의 입장은. 또 DH가 배민 지분을 매입할 때 기업가치를 40억달러로 산정하고 인수했는데, (공정위 조치로) 배민을 사려면 요기요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DH 입장에서 요기요 매각이 큰 손해가 되지 않아야 (공정위 조치를) 따를 수 있을텐데, 공정위는 요기요의 가치를 어떻게 봤나.
=(조 위원장) 공정위가 요기요 가치평가를 따로 한 건 아니다. 요기요 매각이란 '조건부 승인'을 공정위가 한 것은 경쟁구조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경쟁제한성 우려를 해소하고 경쟁을 통한 혁신을 이루게 하려면 최소한 지금의 경쟁구조는 유지한 채 기업결합은 허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가치는 분석대상이 아니었다. 배민 인수 시 요기요를 매각하라 해서 요기요의 기업가치를 낮춰 시정명령의 효과를 낮추려 하지 않을까 우려하긴 했다. 그래서 구조적인 조치로 매각명령과 함께 요기요가 가지고 있는 기업가치나 기업사업의 모습은 유지될 수 있도록 행태적인 조치를 추가로 부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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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불허 결정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말씀 부탁한다.
=(조 위원장) 기업결합의 목적이 독점이윤의 추구가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DH도 공정위가 요청하는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기대한다. 사업자 본인들이 말했던 시너지를 창출할 루트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공정위 측면에서 보면 (이번 기업결합에)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앞으로도 일정 기간 완화할 요인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이상 공정위는 당연히 소비자, 입점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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