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 반발…"글로벌 투자 시장서 국내 스타트업 고립"
공정위의 배민-DH 결합심사 관련 '강수'…스타트업 업계 우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스타트업 업계는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을 위해선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최종 결론에 대해 불승인에 준하는 이례적인 조치라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판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28일 공정위는 DH가 우아한형제들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를 매각하는 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 시장서 국내 스타트업 고립 = 이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는 5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무산시킬 수 있어 결과적으로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배민과 DH의 기업결합 심사가 1년 넘게 지체되면서 이미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추가하는 부정적인 신호가 전달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 매각이라는 이례적인 판단을 내려 향후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엑시트(자금회수)가 중요하고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을 넘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표 유니콘인 배민과 글로벌 기업 DH의 결합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통한 글로벌 엑시트라는 상징적인 사안으로 평가됐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지는 M&A가 무산되면 어떤 글로벌 기업이라도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선뜻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국내 혁신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좁아지고,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 기회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배민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털(VC) 등의 엑시트도 가로막아 향후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도 악영항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역동적인 시장 상황 간과 = 업계는 공정위가 음식배달이 글로벌 합종연횡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역동적인 시장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음식배달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해 20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아마존은 배달음식 플랫폼 딜리버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알리바바도 중국의 1위 음식배달 플랫폼인 어러머를 인수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6월 네덜란드 배달앱 업체 테이크어웨이가 점유율 2위 업체 그럽허브를 인수하고 지난 7월 점유율 3위 업체 우버이츠가 4위 업체 포스트메이트를 인수하는 등 업체 간 M&A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어느 시장보다도 빠르게 개편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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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올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DH 간 M&A가 발표된 1년 전과 비교해봐도 국내 배달시장은 달라져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배달 앱 기업이 아닌 오픈마켓 사업자가 시장에 뛰어들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고 인터넷포털, 대형유통업체 등 인접 시장의 진입 가능성도 이미 증명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은 글로벌 합종연횡 국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공정위 결정은 국가 간,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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