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악몽의 자영업]인구밀집 상권 피해 극심…"업종·대상별 임대료 지원해야"
종각역 일대 인적 찾기 힘들어
불 켠 간판보다 임대 안내문 많아
발 디딜 틈 없던 고속터미널 상가
손님 발길 '뚝' 곳곳에 '정리세일'
수도권·지방 대도시 피해 가장 커
거리두기 상향…고정비 부담까지
전문가들 "정부서 기금 마련해
이자·임대료 등 지원해야"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차민영 기자, 이승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권 1번지'라 불리며 주변 직장인과 대학생들을 끌어모았던 종각역 일대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있었다. 언제부터 임시휴업에 나섰는지 알 수 없는 가게 입구에는 각종 전단지와 공과금 내역서가 수북이 쌓여있었고, 거리에는 불 켜진 간판보다 임대 안내문이 더 많이 눈에 띄어 마치 슬럼가를 연상케 했다.
종각역~종로3가 사이 3분의 1이 폐업
종각역 지하쇼핑센터 12번 출입구부터 종로 3가역 14번 출구까지 700m 남짓한 거리에는 11개 점포가 텅 비어있거나 문을 닫았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짜리 건물 전체가 임대로 나온 곳도 있었다. 한 대형 중식당에는 테이블 20여개가 모두 비어 있었다. 중식당 사장 김재연씨는 "직장인 회식이 줄어들면서 테이블 절반도 못 채우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9시 이후 영업 금지 이후에는 두어개 채우기도 어렵다"며 "결국 30여명에 달하던 직원 수를 3분의 1인 10명으로 줄였다"고 했다.
인근 패스트푸드점만 성황이다. 폐쇄된 종로구 낙원동 탑골공원 앞에서 발걸음을 잃고 노년층들은 빽빽히 들어찬 테이블 앞에는 커피 또는 콜라 1잔에 햄버거 1개를 놓고 있었다. 70대 김흥열(가명)씨는 "나이든 사람들이 시간 보낼만한 곳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어 패스트푸드점 외에는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패션ㆍ뷰티 가두 매장의 몰락
패션, 화장품 업체들이 즐비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역시 비슷한 풍경이 이어졌다. 620개 상점이 모여 있는 이 곳 고투몰은 한때 앞 사람 머리만 보일 정도로 인파에 떠밀려 쇼핑을 해야 했던 곳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곳곳에 '임시휴업' 팻말이 붙었고 '정리세일', '할인행사'라는 문구에도 손님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었다.
12평짜리 여성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이만호(가명)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금만 2억원이 넘는다. 월 4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는 그만두고 월 관리비(45만~50만원)도 감당 못 할 수준이다. 이씨는 "점포 판매 수익으로는 감당이 안돼 은행대출을 받아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옆 의류매장의 박혜영(가명)씨는 "이 곳 지하상가에서 20년 넘게 옷 장사를 해왔는데 이런 불황은 처음 겪는다"며 "빚이 너무 많아 수면제 없이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자영업 피해 '수도권' 집중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9월까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폐업률을 기록한 곳은 세종시로 9.9%에 달했다. 뒤를 이어 경기 7.6%, 서울 7.1%, 인천 7% 등으로 대도시, 인구 밀집지역에서의 피해가 컸다. 특히 업종 중 '식품'과 '문화' 업종에서는 167만20004곳 가운데 10만 8117곳에 문을 닫아 폐업률이 6.5%에 달했다. 유독 수도권과 대도시 위주로 피해가 컸던 이유는 인구 밀집지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찌감치 상향됐고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창업 이후 폐업하는 기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폐업한 업체 중 영업 기간이 3년 미만인 곳은 57.7%로 집계됐다. 10년 이상 버틴 장수 업체들도 코로나19에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미만인 곳이 13.7%, 20년 미만인 곳은 12.3%, 20년 이상 영업했지만 올해 폐업한 곳도 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임대료 지원 시급"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종별로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을 통한 정부의 개입이 가장 빠른 방법으로 보인다"며 "중앙정부에서 일정 기금을 마련해 타격이 컸던 업종별, 대상별로 이자,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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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료는 현 시점에서 가장 선결해야 할 문제로 손꼽혔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동덕여대 교수)는 "어떻게든 매장 운영을 이어나가 매출이 회복된다면 직원 재고용이 가능하지만 임대료 부담으로 완전히 문을 닫게 된다면 악재는 연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 지원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영향을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 시장을 유지하고 다시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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