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처벌 좀 세게 해주세요" '중대재해법' 통과될까…국회 앞 노동자들 한숨 [한기자가 간다]
노동자들 국회 앞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단식 농성
관련 법안 제정 촉구, 국회 앞 오체투지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사람이 죽었는데 고작 그런 처벌은 말이 안 되지 않나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마련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통과 촉구 농성장은 지지부진한 법안 통과 현실만큼이나 얼어 붙어있었다. 실제 이날 오후 기온은 영하 9도,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를 훌쩍 넘었다. 이런 상황에 노동자들은 '중대재해법' 통과를 위해 8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매서운 바람도 시민들의 무관심도 익숙해 보였다. 그러나 이른바 '故(고) 김용균 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이날 농성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회사를 위해 일하다 죽었는데 벌금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에서 일어나는 대형재해 사건이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사업주 책임과 이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7년 4월 대표발의 한 바 있다. 이 법은 지난 2017년 9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후 3년째 계류 중에 있다. 법안의 골자는 사업주 형사처벌이다. 기업이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고 해당 법인에 벌금 부과한다.
또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 감독 의무가 있는 공무원의 직무 유기로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기업과 담당 공무원의 책임을 강화했다.
해당 법안은 제안 이유에 대해 "현행 형사법체계는 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을 담당하고 지배하는 경영자가 재해의 위험을 평가절하하도록 유도해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재해사고의 위험이 커지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캐나다 등 여러 해외 국가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인명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을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수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기업들 입장에서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관련 법안 수위 조절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에 식당·노래방·편의점 등 자영업자를 적용하는 것은 영세상인들에게 과도한 의무를 지운다는 취지로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법안 적용을 제외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인사업자나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안전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4년간 적용을 유예하는 쪽으로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은 '180석 거여'(巨與) 민주당이 노동 관련 법안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울분을 토했다. 이날 단식 농성장에서 만난 한 40대 노동자는 "정부 여당에서 관련 법률을 통과, 사업주에 대한 강한 처벌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그러는 사이 노동자들은 계속 밀려나고 있다. 어디까지 언제까지 밀려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절망적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정기 국회서 다른 관련 법을 다루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이보다 더 시급한 법이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노동자들 아닌가, 노동자가 없으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얘기다"고 덧붙였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조속한 통과를 위한 단식 농성장에서 한 노동자가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단식 농성을 하는 또 다른 노동자는 "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 않겠나, 이런 이유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국회 본청 앞 정의당 단식농성장을 찾아 "(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며 "최대한 압축적으로 심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없던 법을 새로 만드는 것이고 관계되는 분야가 광범위해 집중적으로 심의해도 날짜가 좀 걸린다. 내부적으로 안을 만들어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로 4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국회 앞 길거리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은 이날 기준 8일 오늘(15일)로 9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정의당은 이 대표를 향해 "말씀은 충분하다. 이젠 행동으로 말해달라"며 법 제정을 압박한 바 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이낙연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제정하겠다는 말씀을 10번쯤은 한 것 같다'고 하셨다"고 이 같이 지적했다.
이어 장 대변인은 "이미 충분히 말했는데 또 물어보냐는 대답같다. 그렇게 말씀하셨는데도 한국말 다 알아듣는 기자들이 왜 또 질문했을까요"라며 "고(故) 김용균씨와 고 이한빛씨의 부모,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왜 단식하고 계실까요. 말만 하니깐 그렇잖습니까. 말과 속이 똑같은지를 묻는 것 아닙니까"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흰색 상복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칼바람에도 '오체투지'로 국회 앞을 찾았다. 앞서 시민사회단체 비정규직공동행동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노동자 김용균씨 2주기를 맞아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4박5일간 '오체투지 행진'을 했다. 오체투지란 두 팔꿈치, 두 무릎, 이마의 5군데 인체 부위를 땅에 대고 절하는 예경 방식을 가리키는 불교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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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작으로 이들은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출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까지 도착했다. 해당 지하철 역에서는 2016년 5월28일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간접고용 비정규직)인 김 모씨가 (당시19세)가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장소다. 이들은 오체투지 과정에서 힘들지 않으냐는 말에 "하루에 7명씩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일이고 믿는다. 괜찮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께 국회 앞에 도착, '중대재해법'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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