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경제학에 일어난 혁명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미래에 관해 예측(기대)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된 '합리적 기대혁명(rational expectations revolution)'의 요체는 경제주체들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기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뒤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경우에는 미래가 과거와 유사하지 않으면 기대 오차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래까지를 고려해 미래지향적으로 예측을 하면 그와 같이 큰 낭패를 피할 수 있다.
기대가 '합리적'으로 형성된다고 해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나 선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투기와 거품이 그 가운데 대표적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거품은 수시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의 가격이 오르리라고 기대하면 미래에 시세차익을 누리기 위해 시장참여자들은 그 주식을 매입할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주식가격은 상승한다. 물가가 오르리라고 예상하면 시장참여자들은 그 전에 재화를 구입하게 되고 실제로 물가는 상승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대의 변화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예측(기대)을 자기실현적이라고 한다. 시장참여자들이 생각한 바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대가 자기실현적이 되는 이유는 투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가운데는 투기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에서 투기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거래들이 한둘이 아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투기는 해롭기보다 이로운 역할을 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모든 자원배분을 시장원리에 맡기자고 주장하는 이론가들은 투기의 위력을 믿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가격이 상승할 것이 예상되면 당연히 그 전에 구매하고자 하는 (투기)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이 증가해 시장은 다시 안정적 상태로 회귀한다.
기대의 변화는 정부의 정책이 변화하는 경우에도 일어난다. 따라서 정책을 설계할 때에는 반드시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가 정책과 함께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고려해야만 한다. 시장참여자들의 기대를 도외시한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그와 같은 정책 실패가 문재인 정부에서 되풀이 되고 있다.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인사들은 매번 시장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더욱 더 과격한 규제로 맞서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 부동산정책일 것이다. 매번 정책이 바뀔 때마다 시장의 반응은 반대로 가는 것을 보면서 정책변화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도대체 한 번쯤 생각해 보기는 하는 것일까 의심이 안 들 수가 없다. 이 나라의 부동산시장은 지금 정상이 아니다. 사사건건 규제로 맞서면서 오히려 서민들을 옥죄어 무주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주택정책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절실해 보인다. 지금 정부는 정책을 수립하면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의도대로 행동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로봇이 아니다. 스무 번 이상 정책이 바뀌었는데도 정책효과가 반대로 나오면 한 번쯤 성찰할 만도 하지 않은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책이 바뀌면 국민의 생각(기대)도 바뀐다.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이해하는 정책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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