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정부는 지난 7일 '2050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탄소중립을 영어로 표시하면 '넷제로(net zero), 즉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쳐 탄소 총량을 '제로'화한다는 얘기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으며 우리도 이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고귀한 목표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 우리 지구를 지키는 것이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가 과연 기후변화의 주범인가라는 과학자들의 논란은 이제 종지부를 찍은것 같다. 세계 각국이 동참하는데 우리만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이날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전략들을 소개했다.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고, 저탄소 산업과 생태계를 조성하며,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거창한 얘기인데 이 속에는 무서운 진실들이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나눠져야 하는 고통말이다. 이러한 진실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얘기하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탄소중립을 외쳐봤자 우리는 절대 탄소중립에 다가갈 수 없다.

한국이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고 현재도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주요 산업들은 거의 대부분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분야들이다. 철강, 석유화학, 정유, 시민트 등 4개 탄소 다배출 업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4%에 달한다. 이는 우리와 비슷한 제조업 중심국가인 독일 5.6%, 일본5.8%보다 높다. 이들 산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료부터 생산공정까지 모든 단계를 바꿔야 한다.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그 부담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석탄발전 비중은 40%에 달한다. 석탄발전은 그동안 저렴한 전기요금를 제공함으로써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탈석탄을 통해 석탄발전 비중을 크게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논의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원전은 저렴하면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라 원전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는 아직도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석탄발전의 보완재로 여겨지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질소산화물를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 산업이 마주할 충격도 엄청나다. 앞으로 전기차, 수소차 시대로 전환하면서 산업구조전환과 일자리 감소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우리나라 내연기관차 분야 협력업체는 2800여개로 전체 자동차 부품업체의 31.4%를 차지한다. 종사자만 25만명에 달한다. 앞으로 이들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


정부는 탄소중립시대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금을 설치하기로 했다. 기금은 탄소세, 경유세 등 각종 에너지세를 통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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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탄소중립이라는 고귀한 목표 뒤에는 엄천난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의 목표시기는 2050년이다. 앞으로 30년뒤의 일이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먼 미래의 일로 느낄 수 있다. 정부는 은근슬쩍 이를 역이용한다. 당장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니 슬그머니 밀어부치려 한다. 계획도 엉성하다. 하지만 간단히 넘길 일은 아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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