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현재 미국 S&P500지수 가운데 '무형자산'의 가치는 21조달러 이상으로 총자산의 90%를 차지해 역대 최고 수준이다.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으로 무형자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BTS)의 경제적 가치는 1조7000억원에 이른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1924년~), 더글러스 노스(1924~2015년), 폴 로머(1955년~)는 모두 '기술혁신'과 '지식재산권(IP)'을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제도로 언급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국가수반은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도 기술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것이며 그 시작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에서 비롯됐다.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국가수반은 과연 지식재산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IP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등 총 15개 중앙부처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기반으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기본계획에 따라 범부처적 정책을 추진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척 무거워진다. 위원회의 핵심 조직인 지식재산 전략기획단은 출범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었으나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별도기구로 있다. 집행과 예산심의 기능이 없고, 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은 여러 부처에서 잠시 파견 오는 형태여서 전문성과 책임성이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내년이면 설치된 지 10년이 되는 위원회 본연의 총괄조정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24조원) 세계 1위,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22만건)를 차지하는 국가이지만 정부출연 연구기관 특허의 40%는 보증지원 대상도 되지 않는 C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특허, 저작권, 기술보호, IP 금융 등 정책을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상호 연계성의 부족으로 중복과 비효율성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신기술 IP 정책은 부처 간 협업보다는 갈등으로 이어져 답보상태이거나 일관성을 잃기 쉽다.
이제 IP 거버넌스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지식재산은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저작권뿐만 아니라 영업비밀, 소프트웨어, 유전자원, 콘텐츠, 데이터, 산업기술, 퍼블리시티권 등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되어 보호되며 IP 정책은 '창출-보호-활용'이라는 기본 토대 위에 과학기술, 인력, 통상, 금융, 안보, 분쟁해결 등 여러 정책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따라서 각 부처에 산재돼 부처 장벽에 가로막힌 IP 정책을 유기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장관급의 '지식재산처' 또는 '집행력을 갖춘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실례로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러시아, 호주 등 다수 국가에서 통합적 지식재산 행정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의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두고 있다.
천연자원의 불모지인 우리나라가 미래 경제성장을 위해 지식재산을 중시해야 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며 그 시작은 행정체계를 시대변화에 맞게 통합·개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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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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