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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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후 4반세기에 가깝게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기조는 투자가 국민저축 흑자분만큼 미치지 못해 투자가 성장동력이었던 나라가 점차 활력을 잃어버리고 저성장으로 진입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대신 수지 흑자는 대외부문의 안정을 이끌어냈다. 한때 필리핀 수준까지 추락했던 외화표시 국채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국가신용등급은 중국, 일본보다 높고 프랑스, 벨기에와 같은 수준이며 영국보다 높게 보는 국제신용평가기관도 있다.


국채가 부도가 났을 때 보상해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우리보다 못한 일본, 아일랜드보다 조금 높을 뿐이며 캐나다보다는 오히려 낮다. 2019년 말 발행국채의 16%를 보유한 외국인 가운데 중앙은행의 비중이 높고 선진국 중앙은행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많은 나라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채가 높은 위상을 유지하는 요인은 2014년 대외자산이 부채를 추월한 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30%에 달하는 순대외자산이다. 비록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주요 선진국 가운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낮은 것도 강점이다. 6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2021년 한국(53.4%)이 가장 낮고 호주(64.3%)가 뒤따른다.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현금도 안전자산이지만 국채는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국채를 담보로 거래가 일어나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시장은 선진국 금융시장의 핵심 금융배관이다. 더욱이 국채수익률은 금융외환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지표다. 우리나라도 2013년 콜시장을 은행위주로 재편하면서 RP시장이 중요한 자금조달시장으로 부상했다. 이자소득세도 보유기간과세로 변경하는 등 RP시장을 활성화하고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는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높은 국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채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 이유는 우리 국채가 적격담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격담보가 아닌 것은 자격이 없어서 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배관에 접속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우리 국채를 담보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국채와 홍콩국채가 적격담보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미 국채수익률은 오르는 가운데 달러화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정부가 자초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의 경제적 손실을 곧 들어설 민주당 정부가 막대한 물량의 국채로 메울 것을 시장은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 전망이 옳다면 그 가치가 떨어질 미 국채는 글로벌경제의 안전자산으로서 지금까지 누렸던 독보적인 위상은 도전 받게 된다.


현재 중국이 이 경쟁의 선두에 섰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국채의 국제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얼마 전 중국정부가 발행한 마이너스 수익률의 유로화 채권이 한 예다.


외환위기는 국채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공적자금투입에 따른 전례 없는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고 원활히 유통되는 국채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선진화된 시장으로 발전하게 했다. 펜데믹 위기는 우리나라 국채가 해외에서도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국채가 적격 담보로서 글로벌 금융배관에 접속될 때 우리나라는 강력한 외화자금조달창구를 확보하는 셈이며 곧 글로벌경제의 중심부로 진입하는 것에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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