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집단소송제·징벌적 배상제 전면 재검토 요구…"심층연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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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과 관련해 우리 법체계와의 정합성,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에 대한 심층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법무부에 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경제계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영미법 제도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도입할 경우 대륙법 체계의 현행 법제도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입법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상의는 우선 집단소송법안이 미국 집단소송제를 모델로 하고 있지만 미국에도 없는 원고 측 입증책임 경감을 추가했고, 이는 민사소송의 입증책임 분배 원리에 맞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증책임 경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조물책임법 등과 같이 정보 비대칭성이 큰 특수사안에 도입되는 것으로 민사상 모든 손해배상 책임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소송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상의는 비판했다.


또 집단소송법안이 특허법상 자료제출명령제도를 차용해 일반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기업의 핵심자산인 영업비밀을 예외없이 제출토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허법의 자료제출명령은 특허침해소송 등 특수한 사안에 한해 영업비밀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일반 손해배상책임을 다투는 집단소송제도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송 요건 완화로 인한 소송이 남용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상의는 우려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집단소송법안은 현행 증권집단소송법의 ‘3년간 3건 이상 관여자 배제’ 조항을 삭제했고, 소송허가 요건도 미국보다 완화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소급적용도 허용해 기획소송 등으로 인한 남소 우려는 물론이고 헌법상 소급입법원칙에 위배될 소지도 있다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집단소송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비판했다. 집단소송은 복잡한 쟁점, 손해액 산정 등에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민사재판에서 배심제가 사실상 소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상의는 주장했다. 중대범죄 사건, 기피 신청 가능 요건이 있는 국민참여재판법과 달리 집단소송법안은 피고 측의 기피신청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기존 법률과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상의는 징벌적 배상제를 전면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법체계 정합성, 해외 사례 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건의했다.


상의는 징벌적 배상제의 불법행위 억제효과 등의 측면만 강조해 대륙법 체계에 영미법 체계를 단순 접목하면 ‘모든 경제활동주체들에게 과잉처벌위험’을 유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대륙법계 국가는 민·형사책임을 구분하여 손해배상은 실제 손해액을 배상하고 형벌과 과징금 등의 행정벌을 따로 부과한다. 징벌적 배상제를 개별법에 부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일반법인 상법에 전면 도입하는 것은 형사제재, 행정제재 등 사전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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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석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기업의 책임경영을 제고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택가능한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며,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경제주체들의 공감성·수용성 및 제도의 실효성이 충족될 수 있도록 입법영향평가를 비롯한 충분한 연구·논의가 선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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