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남의 땅에 분묘 설치… 20년 점유하면 기지권 부여해야"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남의 땅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하게 점유했다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관습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8일 헌재는 묘지를 조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분묘기지권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1990년 부모로부터 땅을 물려받은 A씨는 최근 자신의 땅에 있던 분묘를 철거하고 화장해 유골을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이 분묘를 관리하던 B씨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B씨는 1957년부터 묘를 쓰고 관리해 왔다며 분묘기지권을 주장했다.
분묘기지권은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한 자가 취득한다고 본 관습상 물권이다. 토지에 대한 권리를 가지려면 등기가 필요하지만 분묘기지권은 관습법에 따라 인정되는 권리다.
A씨는 다른 사람의 땅에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해도 20년간 점유하면 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분묘의 강제 이장은 경제적 손실을 넘어 분묘를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애착 관계와 지역적 유대감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권리 시효에 제한은 없지만 '평온·공연한 점유'를 요건으로 하는 만큼 과도한 재산권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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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관습법은 헌법 규정에 의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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