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하면 숨고 입장표명 회피"…'文 침묵' 언제까지
秋-尹 갈등, 민주당 당헌개정 등 침묵으로 일관…
野 "대통령 입 닫혔다…'선택적 침묵' 큰 문제"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가운데, 해당 조항 만든 당사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문제를 비롯해 정권이 불리한 국면에 들어설 때마다 문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당 대표 시절 '정치 혁신'을 위해 신설한 "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96조 2항에 "단,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개정 전 당헌대로라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기 어려웠다. 여당 소속 인사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부정부패 등으로 인한 궐위로 치러지는 지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 등의 이유를 들어 당헌 개정을 강행,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최종 결정했다.
'당헌 뒤집기'라는 비판에도 민주당이 개정을 강행하자, 정치권 내에서는 해당 조항을 신설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당헌'을 폐기한 민주당의 결정이 대통령의 뜻인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정권에 유리한 사안에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불리한 상황에서는 입을 닫는 '선택적 침묵'을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5년 전 직책까지 건 당헌 개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데 대통령은 답이 없다"며 "유리한 말만 하지 말고 곤란한 질문에도 답해주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침묵을 두고 4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고성이 오고가기도 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의 당헌 개정을 지적하며 "문 대통령은 선택적 침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입진보(말로만 진보를 말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이르는 말) 비아냥을 듣는 것"이라고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질의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 "지금 민주당을 감사하는 거냐",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며 고성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 침묵은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여당이 불리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
대표적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문제가 꼽힌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이 둘을 임명한 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을 뿐,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나서지 않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시장 등 여당 소속 정치인에 대한 논란에도 문 대통령은 입을 닫았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문 대통령은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온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라고 언급했을 뿐, 청와대는 진상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공식 입장 표명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 밖에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야당이나 상당수 국민이 느끼기엔 너무 불통이 심하다"며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에게 드리는 10가지 질문'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 서신에는 △윤미향 의원 사건 관련 입장 표명 △부동산 정책 실패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 책임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잇따른 성범죄 사건에 침묵하는 이유 △월성 1호기 폐쇄 △추미애 법무부 장관 문제 △라임·옵티머스 특검 관련 △북핵 확산 저지의 레드라인을 넘은 상황 △낙하산 인사 등의 질문이 담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침묵'을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대통령 입이 닫혔다. 차라리 아예 닫아버리시면 좋을 텐데 선택적으로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불리하면 숨거나 입장표명을 회피하고, 유리하면 전면에 나서거나 생색을 내는 경향이 일관되고 있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시인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조국광복에 대한 강한 신념이었다면, 문 대통령의 '님의 선택적 침묵'은 나라를 분열로 치닫게 하는 파멸의 전주곡이 되고 있다"며 "의도된 선택적 침묵은 대통령 자격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 강화와 계파 지키기에만 몰두하며 한 계파의 수장으로만 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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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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