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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결정" vs "이들도 국민" 유흥업소 200만원 지원 논란

최종수정 2020.09.23 15:47 기사입력 2020.09.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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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추경 콜라텍·유흥주점 등도 포함, 200만원 지원
"국민 정서 어긋나는 반인권적 결정" vs "유흥업소 종사자도 국민"
여야 "유흥업소, 방역 협조로 피해 커…추석 전 지급"

22일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 관련해 합의를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윤동주 기자 doso7@

22일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 관련해 합의를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한 유흥주점, 콜라텍 등에 2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여성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성단체는 유흥업소가 "여성을 도구화하는 반인권적인 업소"라며 국민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는 등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피해가 막심한 만큼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일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최종 합의했다. 특히 여야는 당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유흥주점·콜라텍 등 유흥업소에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방역 조치로 인해 유흥업소가 운영을 못 하게 되면서 매출 감소 등 손실을 본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여성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여성운동단체 연합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19개 단체 공동명의로 성명을 내고 "국회는 부정부패한 접대와 성차별·성착취의 온상인 유흥주점 지원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연합은 "(유흥업소는) 비즈니스와 접대라는 명목으로 여성만을 유흥접객원으로 두고 '유흥종사'인 여성을 도구화하는 성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업소"라며 "유흥업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부정부패 등을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할 국회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유흥주점의 눈치를 보는 것은 부끄럽고 염치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흥업소에서 일어난 성 착취 피해를 방치한 것에 대해 책임져도 모자랄 판에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을 돕겠다는 말인가"라며 "국회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결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흥주점 2차 재난지원금 제외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흥주점 2차 재난지원금 제외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치권 내에서도 반발 의사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지낸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4차 추경에 유흥주점까지 2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3달간 600만명이 다녀가 활황이었던 대도시 룸살롱은 지원 대상에서 빠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제출받은 'QR코드 관리 현황'에 따르면,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가 본격 도입된 이후 3달 간(6월10일~9월10일) 전국 3만8000개 유흥·단란주점을 이용한 사람은 591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권 의원은 "공공조직 및 민간기업의 조직문화 진단뿐만 아니라 성폭력 예방 교육, 성인지 교육 등이 많이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 룸살롱 3개월, 6백만명의 수치는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명제를 무색하게 한다"며 "룸살롱 접대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평등한 조직문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새로운 현실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흥업소가 오랜 집합금지 기간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은 만큼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고위험시설 업종 중 유흥업소만 지원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경제적 피해가 막심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유흥업소도 나라에서 허가를 받아 세금 내고 장사하는 건데, 매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당연히 불공평하다고 본다"며 유흥업소 종사자들도 국민이고,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지원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여야는 유흥업소가 그간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켜왔으며, 향후 방역에 비협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홍근 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4차 추경 관련 합의 결과를 발표하며 "유흥업을 장려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방역에 철저히 협조하느라 피해가 컸고, 방역에 협조한 분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협조 요청을 다시는 못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와서 검토 끝에 200만 원씩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늘(23일) 임시 국무회의 직후 긴급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소집해 4차 추경에 반영된 지원금에 대한 지급계획을 확정하고 추석 전 최대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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