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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한 만큼 보상해야" vs "하필 지금" 추석 앞두고 '택배기사 파업' 갈등

최종수정 2020.09.18 12:57 기사입력 2020.09.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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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4000여명 21일부터 파업
명절 앞두고 '택배 대란' 우려
시민들 "지지한다" vs "이기적 집단행동"
"택배 '분류작업' 개념 규정·입법 필요"

지난 2019년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두고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인력들이 명절 선물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 2019년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두고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인력들이 명절 선물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부에서 '비대면 추석'을 당부하면서 택배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일부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분류 작업을 거부하는 파업을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파업에 지지를 보내는 반면, 소비자를 볼모로 삼았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런 갈등 해결을 위해선 택배 노동자들의 분류작업 업무 분담, 장시간 노동, 과로사 문제 등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000여명의 택배 기사들이 오는 21일부터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이유"라며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택배 분류작업은 배송 전 물류를 지역별로 분류해 차량에 싣는 과정을 말한다. 택배 노동자들은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구조 탓에 업무 시간 절반 이상을 분류작업에 할애하는데도 이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이어 "온 사회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우려하며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택배사들은 눈과 귀를 가린 채 버티고 있다"며 "더이상 과로로 쓰러지는 택배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심정을 이해해주길 부탁한다.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배송하기 위해 분류작업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한 데다, 이번 추석은 비대면 명절이 될 가능성이 커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택배 배송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원회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원회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20대 직장인 A씨는 "코로나 시기에 가장 애써주시는 분들이 택배 기사분들 아닌가. 노동시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분류작업에 임금을 안 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대우"라며 "이번 기회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일한 만큼 보상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파업을 지지한다. 택배 조금 늦게 오는 불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5년간 택배 물류 통계 및 택배 노동자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19명의 택배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이 중 50%에 가까운 9명이 올해 상반기에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이 중 7명이 과로사로 숨졌다.


택배 노동자들이 과중 업무에 시달린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임시 인력을 늘려나가는 등 안전한 근로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관련 부처에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파업 소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다. 직장인 B(33)씨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생필품도 거의 택배를 이용하고 있고, 이번 추석 때 부모님께 보낼 선물도 있는데 추석 임박해서 갑자기 파업 소식이 들려와 난감하다"며 "불편은 결국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필 지금처럼 택배 이용이 많은 시기에 파업을 하는 것은 이기적인 집단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우체국 집배원들도 택배 기사 파업으로 인해 추석 택배 물량 우체국으로 몰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은 17일 성명을 내고 "가장 바쁜 명절 시기에 택배노조가 파업하면 미처리 물량이 모두 집배원에게 전가돼 노동강도가 과중될 것이고 집배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택배노조의 파업 여파가 집배원에게 전가되는 무책임한 행태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 희생을 강요할 시 이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업이 예고되자,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택배 배송 차질을 막기 위해 다음 달 16일까지 하루평균 1만여 명의 인력을 분류작업에 추가 투입하겠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택배업계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연휴기간 인력 충원뿐 아니라 분류작업 무임금 문제,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결국 분류 업무에 대한 비용 분담을 누가 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지금 구조에서는 분류인력이 투입되더라도 택배 회사에서 비용을 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최근에 국회에서는 생활물류법이 논의가 되고 있고 현재 국회에 상정이 돼 있다"며 "지금처럼 택배업이 굉장히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무한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이 분류업무에 대한 개념 규정과 비용 분담의 문제, 그리고 책임의 문제를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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