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주인에 전세대출금 미상환 사실 숨기면 사기죄 해당"
임대인, 보증금 5억 모두 줬다가 4억 대출까지 떠안아
항소심 재판부 "피해자 기망"… 징역 1년6개월 선고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대출이 낀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으로터 돌려받은 뒤 대출상환에 사용하지 않은 세입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세입자는 대출금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사실을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으면서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은 사실을 집주인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며 "이를 알리지 않음으로써 집주인을 기망한 것으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5년 12월 최모씨 소유의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를 5억원에 임대하면서 4억원을 대출받았다. 최씨는 김씨의 전세자금대출에 협조하면서 해당 보험사와 '근질권설정 승낙서 및 임차보증금 반환 확약서'를 작성했다. 대출받은 보증금은 금융기관에 직접 변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최씨는 2017년 7월 질권설정승낙서 작성 사실을 망각하고 김씨에게 전세보증금 5억원 전액을 돌려줬다. 김씨는 대출 4억원을 상환하지 않은 사실을 최씨에게 알리지 않고 보증금 대부분을 선물옵션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이에 보험사는 최씨 아파트를 압류하고 반환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법원은 최씨가 보험사에 4억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씨 입장에선 김씨에게 5억원을 돌려주고 또 보험사에 4억원을 내주는 피해를 입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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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최씨에게 이 같은 피해를 입힌 김씨의 행위가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은 사실을 집주인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으므로 최씨를 기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대인에게 자신의 대출금 채무를 대신 부담하게 하는 손해를 입게 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김씨가 보험사에 대출 채무를 지속적으로 갚아나가 잔액이 1억9000여만원으로 줄어든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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