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 3D 꽃피었네
자연 소재 미디어아트 잇단 전시회…리안갤러리·리만머핀 '스타인캠프'展
국제갤러리 전시장엔 파도치는 바다…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모습 느낄 기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자연을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리만머핀에서는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파도와 나무 등을 구현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인위적인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을 구현한다는 현실이 묘한 느낌을 준다. 기껏 컴퓨터 기술로 구현한 허상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자연의 실체와 너무 흡사해 현실과 상상,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리안 갤러리와 리만머핀은 다음 달 31일까지 미국 영상미디어 설치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62)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소울스(Souls)'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소울스라는 전시 제목은 스타인캠프 작가가 정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인 '서울(Seoul)'에서 연상한 단어이자 여러 사람의 영혼이 담긴 작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스타인캠프는 리만머핀 전속 작가다. 리안갤러리는 이전에도 리만머핀과 공동 전시를 기획한 바 있으며 스타인캠프 전시는 2010년, 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스타인캠프는 처음에 그래픽 디자이너 영화 특수효과 전문가를 꿈꾸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페서디나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 입학했다. 교환학생으로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 다니면서 진로를 바꿨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비디오 아트 수업을 통해 3D에 관심이 생겼고 3D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자연을 소재로 한 영상을 선보이는 작가가 됐다.
스타인캠프의 대표작은 '주디 크룩(Judy Crook)' 시리즈다. 스타인캠프가 존경하는, 색 이론 수업을 담당하던 교수의 이름에서 따온 제목이다.
나무를 통해 사계절의 변화를 담았다. 무성하게 푸른 잎과 열매를 품었다가 낙엽이 지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는 나무의 사계절이 2~3분의 짧은 컴퓨터 영상으로 구현된다. 나뭇잎 색의 변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움직임에서 세심함이 엿보인다. 리안갤러리의 홍세림 큐레이터는 "스타인캠프는 빛으로 반사되는 자연의 색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2019년에 제작한 '레티날(Retinal)' 작품과 올해 만든 신작 '정물화(Still Life)'까지 모두 다섯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레티날은 눈 속의 망막 정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형형색색의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정물화'에서는 화려한 색채의 과일과 꽃잎들이 비현실적 공간에 둥둥 떠 있다. 홍 큐레이터는 "21세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며 "삶의 기쁨과 환희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리만머핀에서는 스타인캠프의 또 다른 작품 세 개를 감상할 수 있다. 2019년작 '블라인드 아이 4(Blind Eye 4)'는 스타인캠프가 2018년 개인전을 열었던 클라크 아트 인스티튜트(미국 매사추세츠주 윌리엄스타운 소재) 주변의 자연 환경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을 표현했는데 블라인드 아이는 자작나무의 흰 껍질 중간중간 박혀 있는 검은 점들을 뜻한다. 이곳에서는 작가의 2020년 신작도 만날 수 있다. '태고의 1(Primordial 1)'이라는 작품이다. 지구 생명의 초기를 묘사하는 수중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이다. 작은 생물들과 식물들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산소 방울이 위로 상승하면서 생명력 넘치는 상상의 수중 생태계를 표현했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27일까지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 '에이스트릭트(a'strict)'의 '스타리 비치(starry beach)'를 전시한다.
3D 기술을 이용해 파도치는 바다를 구현한 작품이다. 전시 공간은 조명을 자제해 어둡다. 하지만 서너 발짝만 들어서면 이내 시퍼런 바다가 펼쳐진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관객의 발 아래로 침투했다가 물러서서는 6m 높이의 벽면을 타고 솟아오르기를 반복한다. 관객은 순식간에 서울 도심에서 거센 바닷가로 공간 이동한 느낌을 받는다. 전시장 옆 벽면을 거울로 처리해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아득함도 느껴진다. 파도치는 영상에 맞춰 세밀하게 조정한 파도 소리가 사실감을 더한다. 벽면을 타고 오르는 파란 파도는 시퍼런 불꽃 같기도 하다. 공간마저 어둡다 보니 시원함을 넘어 오싹한 서늘함마저 느껴진다. 영상은 3분에 불과하지만 반복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에이스트릭트의 구성원은 디자인 회사 디스트릭트에 소속된 크리에이터들이다. 디스트릭트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 회사로 소속된 크리에이터는 약 70명이다.
디스트릭트의 이성호 대표는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희망하는 고유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에이스트릭트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트릭트는 상업 활동과 별개로 크리에이터들의 예술적 욕구를 실현해주기 위해 만든 브랜드인 셈이다.
현재 강남구 코엑스의 대형 LED 스크린에서 선보이는 파도 영상 '웨이브(Wave)'도 디스트릭트의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작품이다. '스타리 비치'는 에이스트릭트가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첫 작품으로 디스트릭트의 크리에이터 약 10명이 4개월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 물론 '웨이브'를 만든 크리에이터들과 '스타리 비치'를 만든 크리에이터들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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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앞으로 70명의 크리에이터를 다양하게 구성해 '에이스트릭트'라는 브랜드로 설치 예술이나 공공 미디어 아트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작가의 주관적 철학을 담아 어렵게 표현한 작품이 아니라 미디어와 기술을 활용해 굉장히 직관적인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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