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유럽풍 인테리어 속 색색의 공간
골동품으로 가득한 앤티크 빈티지 숍
10년 미국생활 모은 물건 가져온 대표
“빈티지 물건 사치품이라 여길 땐 슬퍼”
“추억 이어받는 문화 경험하길 바라”

형형색색의 다양한 액세서리는 물론, 식기, 장식품 외에도 그림 작품도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형형색색의 다양한 액세서리는 물론, 식기, 장식품 외에도 그림 작품도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세상에 발 딛고 사는 이들은 애정하는 무언가를 가지게 마련이다. 다른 이에게는 그저 그런, 수많은 것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자신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것 말이다. 때로는 그 무언가가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소중한 사람에게서 건네받은 선물,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 유년 시절의 장난감, 부모님의 손길이 닿은 물건 등 헤아릴 수조차 없다. 추억을 고이 간직한 물건들은 평소에는 잘 찾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한다. 이사를 가더라도 쉬이 내치지 못하고 함께 이동하곤 한다. 그런 소중한 마음이 담겨 있음 직한 소품들이 가득한 곳으로 떠나보자.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작은 앤티크ㆍ빈티지 숍 '사일로상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저마다 색색의 기억을 품은 골동품이 가득한 곳이다. 적지 않은 인스타그래머들의 추천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일로상점은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닿을 수 있다. 영화 '해리포터' 속 과자점을 연상케 하는 초록색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누군가의 보물 같은 이야기가 담긴 소장품을 모아둔 창고가 펼쳐진다. 중세 유럽풍의 인테리어 때문일까. 마치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액세서리는 물론 식기, 장식품, 미술품으로 빼곡해 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앤티크 소품숍 '사일로 상점'. 독특한 녹색의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앤티크 소품숍 '사일로 상점'. 독특한 녹색의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


기에단 대표(33)는 10여년간의 미국 생활 동안 가족과 모아온 물건들을 한국으로 옮겨와 연인과 함께 이 공간을 꾸렸다. 원주인의 추억을 품은 골동품들은 기 대표의 애정을 한 겹 덧입은 채 이곳에서 빛나고 있다. 그는 사연이 담긴 빈티지들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아 하나하나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가게 이름은 큰 탑 모양의 곡식 저장고라는 뜻인 영단어 '사일로(silo)'에서 따왔다. 기 대표는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 사일로라는 단어가 나온다. 곡물 창고라는 뜻인데, 농장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가축에게 먹일 건초와 다음 해 농사 때 심을 종자들을 저장하는 곳이어서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라고 하더라"라며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는 창고가 되고 싶어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기 대표는 "누군가의 물건을 물려받음으로써 사람과 사람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만난 물건들을 상품으로 그냥 팔아넘기기보다 거기에 담긴 추억을 이어받는 문화를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공간을 꾸리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일반적인 가정에서 주말마다 차고 앞에 테이블을 펼쳐놓고 물건들을 정리ㆍ판매하는 거라지 세일(garage sale) 얘기를 꺼냈다. "아이들은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어른들은 표지판을 따라 이리저리 분주하게 보물찾기를 하는 등 생기 넘치는 풍경이 펼쳐진다"면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건 뭐냐'라고 묻는 말에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설명하는 분들이 참 많았는데, 그 사연을 이어받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약속드린 뒤 받아온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일로 상점'의 내부 모습.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사일로 상점'의 내부 모습.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


빈티지 물건들이 사연과 문화가 결여된, 인테리어 사치품 정도로만 여겨지는 일각의 우리 문화가 안타깝다는 말도 했다. 지금 시대에 쓰이는 물건들이 버려지기보다 다음 세대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면 좋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추억이 담긴 물품을 허투루 버리지 않고 그 의미를 담아 다른 이에게 건네면서 일종의 연대의식을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건강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기 대표가 자신의 취향껏 가꾼 이 공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빨간색과 흰색으로 꾸며진 첫 번째 공간, 파란색으로 꾸며진 두 번째 공간, 노란색과 초록ㆍ연보라색이 어우러진 세 번째 공간은 각각 응접실, 1900년대 초 가정집, 사적이고 내밀한 곳을 뜻한다. 기 대표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대사를 언급하며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시대를 꿈꾼다고 한다. 빈티지와 앤티크 물건들이 실생활에서 쓰인 그 시대를 재현하려 했다"며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여러 가지여서, 한 생명체의 마음속을 방문하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각각 다른 사연을 담은 다양한 소품들이 '사일로 상점'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매대에는 원 주인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기도 하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각각 다른 사연을 담은 다양한 소품들이 '사일로 상점'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매대에는 원 주인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기도 하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


기 대표는 이곳에서 도슨트로 분하기도 한다. '도나' '크리스틴' '프랜시스' 등 원주인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 물건에 담긴 각각의 사연, 기 대표가 원주인과 나눈 이야기, 물건의 역사적 가치 등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온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얼마예요?'보다는 '어떤 사연이 있어요?'라고 물어주세요"라는 당부가 담긴 메시지 카드도 붙어 있다.


여러 물품을 향한 기 대표의 애정은 독특한 판매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오랜 기간 소장하고 아껴온 '보물'인 만큼 저보다 소중히 간직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첫 방문자로서는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 기 대표는 "처음 봤을 때는 충동구매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사고 나면 나중에 후회가 될 때도 있지 않나"라며 "그렇게 되면 저나 구매자나 모두 속상한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처음에는 구매를 만류하고, 그래도 계속 눈에 아른거리면 다시 오시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제 보물들을 진심으로 예뻐해주는 분들을 만날 때"다.

AD

기 대표는 요즘 더 색다른 준비에 한창이다. "1900년대 초반의 프랑스 살롱처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시대의 음악을 듣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삶의 노래를 부르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말에서 사일로상점만의 새로운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기 대표는 "마당을 예쁘게 단장해 단골손님들과 애프터눈 티 파티를 열거나 좋아하는 빈티지를 자랑하고 함께 즐기는 동호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