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흔들리는 英-EU, 내부시장법 '논란'…美도 우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영국 정부가 기존 유럽연합(EU) 탈퇴협정 일부 조항을 무력화할 수 있는 '내부시장법'을 발표하면서 유럽연합(EU) 등이 반발하고 있다.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상황이어서 글로벌 주체로서의 신뢰가 깨지면서 미국에서 조차 무역협정을 맺기 어렵겠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9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이날 발표한 내부시장법 초안에는 연말까지 설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전환기간 이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영국 국내 교역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문제가 된 부분은 북아일랜드 관련 내용이다. 북아일랜드에서 영국의 나머지 지역으로 건너가는 상품에는 아무런 통관 확인 절차가 적용되지 않고 국가 보조금 관련해서도 EU 측에 미리 고지하는 등 의무가 있으나 이를 무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U 탈퇴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영토에 속하지만 관세 체계는 EU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자국의 내부시장법을 따라야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내 임무는 영국의 통합성을 유지하고,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EU 탈퇴협정의 북아일랜드 관련) 협약을 극단적으로 또는 비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법적 보호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U 측은 곧바로 반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탈퇴협정을 위반하려는 영국 정부의 의도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면서 "이는 국제법 위반이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영국 측에 이번 법안 내용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즉각 만남을 요청했다. 영국 정부도 EU의 회동 제의에 가능한 한 빨리 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EU가 탈퇴협정 일부를 위반하는 내부시장법을 공개한 영국 정부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U 측은 내부시장법이 "실질적이고 명백한 (탈퇴협정의) 위반"이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 논란에 휩쌓이자 미국도 영국이 탈퇴협정을 무력화한다면 미국과 무역협정을 시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어떤 형태가 되건 탈퇴협정을 위태롭게 하는 브렉시트는 허용될 수 없다"면서 "만약 영국이 국제협정을 위반하고 탈퇴협정을 훼손한다면 미국과 영국간 무역협정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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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권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보수당 출신의 존 메이저 전 총리는 "여러 세대 동안 어떤 조약이나 합의에 대한 영국의 서명은 신성불가침이었다"면서 "우리가 약속을 지키는 것에 대한 평판을 잃는다면 되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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