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 백기…은행, '애물단지 점포' 폐쇄 올스톱
금감원장 '감축 제동' 압박
폐쇄 석달전 소비자에 통지
고령친화 금융방안도 영향
전문가 지점 폐쇄 영향평가
은행 영업비밀 유출 우려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금융당국의 잇단 압박에 시중은행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올해 상반기 126개에 달하는 점포를 폐쇄한 4대 은행이 남은 하반기에는 점포 폐쇄 계획을 접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반기에 이미 상당수 점포를 폐쇄한 점도 있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7월 나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구두 경고 이후 점포 축소 흐름이 ‘급제동’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 4대은행은 올해 점포 폐쇄 계획을 수정했다. 보통 은행 점포 통폐합은 매년 연초에 수립, 하반기까지 계획대로 진행한다. 은행권에선 “금감원장 발언이 공개된 뒤 점포 폐쇄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윤 원장은 지난달 21일 임원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상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원장의 발언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감원 임원과 간부들이 은행 담당자들에게 점포 폐쇄와 관련한 말을 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윤 원장이 직접 은행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발언 이후 은행 점포 폐쇄 작업은 올스톱됐다. 신한은행은 7월20일 인천공항IOC 출장소 폐점 뒤 연말까지 통폐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 광화문D타워 출장소 등 5곳을 없앴다. 올해만 50곳을 통폐합하고, 지난해 하반기 28곳을 없앤 하나은행도 “연말까지 폐점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 은행의 올해 마지막 통폐합은 7월13일 대치역점이다.
국민은행도 7월1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점,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점, 부산 수영 등 15곳을 한꺼번에 없앴는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폐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역시 7월에 서울 관악구 낙성대지점과 낙성대역지점을 통폐합한 뒤 하반기 예정돼 있던 나머지 점포들에 대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은행연합회 등이 공동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도 은행들의 전략 수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에 따라 금융당국은 앞으로 은행 지점 폐쇄 영향평가 절차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토록 했다. 현재는 은행 직원들이 해당 지점 고객 수와 연령대 분포, 대체수단 등을 평가한 뒤 폐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 점포 폐쇄 시 소비자들이 일찍 인지할 수 있도록 폐쇄 전 1개월에서 3개월로 통지 기간을 늘렸다.
은행권은 향후 점포 폐쇄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영향평가 과정에서 점포별 수익과 비용 등 은행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실상 금융당국이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누구 하나 총대를 메기 쉽지 않아 당분간 점포 폐쇄는 중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일각에서는 비대면과 디지털 금융의 발달로 점포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원장 역시 “은행들의 점포망 축소는 인터넷ㆍ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추세적으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며 점포 감축 필요성을 인정했다. 국내은행 점포 수는 지난 3월 기준 6652개으로 2012년(7681개) 이후 8년 만에 1029개가 사라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