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보내도 죄송, 안 보내도 죄송
'5월의 신부'서 '9월의 신부'로
계속 변하는 정부 지침
예비 신혼부부, 웨딩홀과 보증인원 실랑이
"허례허식·민폐·축의금 장사"
공감없는 날선 말들에 두 번 상처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왜 하필이면 제 차례인건지. 남들 다 평범하게 하는 결혼이 저에게는 왜 이렇게 고통스럽고 피말리는 일인건지 원망스러워요." 5월의 신부를 꿈꿨던 30세 예비신부 김세라(가명)씨는 지난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9월로 한 차례 결혼식을 연기했다가 또 다시 코로나에 발목이 잡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발표 이후 세부지침이 나오지 않은 탓에 웨딩홀과 담당 구청을 번갈아 가며 1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해야 했다. 부모님과는 하객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21일 아침 김씨는 기상 직후 비슷한 처지의 예비신부 40여명이 모인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 접속해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 있나 꼼꼼히 살폈다. 지난 15일 처음 인원 제한이 실내 50명, 야외 100명이라는 뉴스를 접한 뒤 눈앞이 캄캄해 같은 기간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 신부들을 찾았는데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하다. 19일 서울시와 담당 구청에서 세부지침을 내 놓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점이 문제다. 서울시는 3개월 이내 예식을 미룰 경우 예식장이 위약금을 받을 수 없게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연기 가능 기간을 6개월로 늘렸다. 하지만 예식을 미뤄도 보증인원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예비 신랑, 신부들 사이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만 나온다. 이미 한 차례 예식을 미룬 김씨는 다시 12월로 식을 미루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9월에 강행하기로 결정했지만 한숨만 나온다.
김씨가 계약한 웨딩홀은 공문이 내려온 직후 "한상차림 등 식사가 아예 불가해 답례품으로 전부 교체 적용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담당 구청인 강남구청 직원은 "뷔페가 아닌 종업원이 갖다 주는 형태의 단품 요리는 제공할 수 있도록 정리됐다"고 했다. 결국 식사를 제공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김씨의 경우 5월 성수기인 만큼 홀 대관료 150만원에 식대 5만원, 식장의 최소 보증인원인 250명으로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가 하객 수를 50명으로 제한하자 예식장 측에서는 예식홀에 50명, 연회장 50명 등 총 100명의 하객을 초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예식장 직원 수를 하객수에 포함해야 한다는 예식장도 있고 포함하지 않는다는 곳도 있다. 결국 김씨는 해당 구청에 다시 전화를 걸어 문의해야 했다. 구청 직원은 한참을 기다리게 한 뒤 "홀 내 인원은 예식장 소속 직원을 제외하고 세면 된다"고 안내했다.
하객 선별 과정에서 60대 부모님과 세대 갈등도 겪고 있다. 100명을 가정했을 때 김씨가 초대할 수 있는 인원은 겨우 50명. 부모님은 일가 친척 위주로 부르고 싶다는 입장이지만 자칫하면 친구, 직장 동료들은 부르지도 못할 상황이다. 특히 홀과 연회장으로 인원을 나눠야 하다 보니 신랑, 신부측 가족들만으로도 홀이 꽉 찬다. 부모님께서는 어른들을 홀에 배치하자고 하셨지만, 김씨는 수년간 못 보던 먼 친척 보다 진심으로 축하해줄 친구들이 더 중요하다 보니 영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가까스로 부모님과 합의는 했지만 이미 초대한 하객 중 절반에 가까운 150여명에게 결혼식에 오지 말아달라는 전화를 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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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첨예한 문제는 보증인원 축소 문제를 놓고 웨딩홀과 겪고 있는 갈등이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예식업중앙회가 최소보증인원을 감축 조정하는데 합의했지만 권고에 불과해 소비자 분쟁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씨는 보증인원 250명에 대한 식대(1인당 5만원)를 포함해 예식 비용 1400만원 중 선계약금으로 200만원도 지불했다. 웨딩홀 측은 9월의 경우 보증인원을 20% 이상 낮춰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50명 중 80%면 200명이다. 예식장 최대 수용 인원 100명을 감안했을 때 절반인 100명가량의 식대인 500만원을 울며 겨자먹기로 내야 한다. 김씨는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신혼부부에게 500만원은 매우 큰 돈"이라며 "아예 초대도 안할 사람들의 식대까지 내야 한다는 점은 불합리해 결국 돈 쓰고 욕만 얻어 먹는 결혼이 될 것 같다"고 한숨쉬었다. 타들어가는 속도 모르고 온라인 상에서 "이럴 때 결혼하는 것이 민폐", "밥도 안주고 축의금 장사만 하겠네"라는 댓글을 볼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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