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호텔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2명이 임금이 3개월 정도 밀리자 함께 퇴직했다. 몇 년 전부터 운전자금 부족으로 재정난을 겪던 이 회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자, 근로자들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 호텔의 대표는 더 이상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호텔을 정리할 생각이다. 이런 경우 근로자들은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당금을 통해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체당금이란 근로자가 회사의 폐업, 파산, 회생 등의 사유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한 한도 내에서(3개월분의 임금ㆍ휴업수당과 3년간의 퇴직금) 우선적으로 지급해주는 돈을 말한다. 근로자가 체당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첫째, 회사가 법원에 의한 재판상 도산(회생ㆍ파산)을 인정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사업주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있거나 파산선고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둘째, 상시 근로자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 사업주의 경영 악화로 사업이 폐지됐거나 폐지 과정에 있고, 임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음을 관할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즉 사업주가 사실상 도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야 한다.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당금을 지급받으려면 위 2가지 사유 중 하나를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근로자가 둘째 사유인 사업주가 사실상 도산에 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사업주가 사실상 도산에 빠진 경우 근로자들은 체당금을 신청하고 수령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러나 회생절차 개시결정이나 파산선고 결정은 사업주가 도산에 처했다는 것을 공적기관인 법원을 통해 확인받는 것이므로 회생절차 개시나 파산신청 후 회생절차 개시결정문이나 파산선고 결정문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기만 하면 근로자들은 체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돼 근로자의 체당금 수령 기간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회생절차는 사업주(채무자)의 존속을 전제로 하고 임금 등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규정해 수시로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근로자가 체당금을 지급받는 일은 흔치 않다. 문제는 사업주가 파산상태에 이른 경우다. 통상적으로 사업주가 파산상태에 이르면 일반채권의 지급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도 상당히 밀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파산절차에서도 임금 등은 재단채권으로 인정해 수시로 언제든지 변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법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환가할 채무자의 재산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사실상 파산절차를 통해 임금 등을 전부 지급받는 것은 어렵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임금 등의 채권은 다른 일반채권과 달리 근로자, 나아가 가족의 생계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지급이 완료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사업주가 파산한 경우에 그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 그래서 퇴직 후 재취업 시까지 당장의 생활비가 급한 근로자들에게 체당금이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따라서 앞선 사례에서의 호텔은 사업을 접어야 할 경우 그냥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신속히 체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파산신청을 통해 파산선고 결정을 받는 등 적극적인 협조를 해줘야 한다. 직원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당금을 지급받고도 미지급 임금 등이 있다면 파산관재인에게 이를 증명해 그 잔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근로자의 임금 등은 파산절차에서 재단채권으로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해 변제받으므로 파산할 경우 근로자들의 임금 등이 더 보장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파산신청은 성실하게 근무한 근로자를 위한 마지막 배려가 될 수 있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