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듯 보이는 집단의사 결정의 결정적 차이
50여명이 모인 강의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퀴즈를 내어 본다. '한국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가 몇 개나 될까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휴게소 개수를 써 내세요.' 적게는 20~30개에서 많게는 700~800개 이상으로 써서 낸다.
이 퀴즈를 낼 때는 선행작업이 있다. 막대사탕을 나눠주고 "지금부터 재미난 게임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라며 말을 못하게 한 뒤 간단한 고속도로망 지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제출한 답안의 평균을 내어 본다. 근접한 답이 나온다. 매번 그런 경험을 한다.
이 게임은 '집단지성, 대중의 지혜'로 알려진 내용을 일부 현장감 있게 변형해 진행한 것이다. 1907년 영국의 유전(遺傳)학자 프랜시스 골튼이 런던의 서부지역에 있는 가축시장을 찾았다. 품종 개량의 목적으로 갔는데 품평회장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앞에 둔 소의 무게를 맞히는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1인당 6펜스의 티켓을 사서 추정치를 써내는데 가장 근접한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것이다. 참가자는 보통 800명 전후로 직업이나 지식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관광객도 많았다. 상을 타는 사람 중에 소에 관한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전체가 써 낸 수치의 평균치는 1197파운드였고, 실제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할 때마다 상당하게 근접한 평균치가 나온다. 책으로 발간된 '대중의 지혜'에 소개됐고 다른 사례도 흘러넘치면서 한때 회자됐다.
문제는 참여하는 사람이 많으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발휘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강의시간에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사탕을 주지도 않고 직급이 높은 사람이나 국내 출장이 잦은 직원에게 퀴즈를 듣자마자 '300개, 150개 혹은 1020개' 등 한 마디씩 하게 했다. 그러면 모두의 답은 그 주변을 맴도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당히 까다로운 추정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옆에 있는 전문가가 답을 던져주며 영향력을 끼치면 모두가 생각을 멈추고 따라하는 것이다. 근사치를 찾기도 어렵고 평균도 멀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핵심 관건은 참여한 사람들의 '의사결정 독립성'이다. 전문가로 알려져 있거나 전문성이 있는 듯한 발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남다른 답이나 다양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쏠림현상이 생기는 집단사고(Group Think)가 그 이유다.
직장에서, 조직에서, 집안에서 좋은 결론을 찾기 위해 회의를 많이 한다. 그런데 직급과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고 한 마디씩 하게 한 뒤 답을 내라고 하면 상당히 편향된 결과가 나오기 쉽다. 사람이 많을수록 제대로 된 결론을 얻기가 어렵다.
이럴 때 리더가 되는 사람의 진행이 중요하다. 회의 주제와 관련된 문제점, 현상 등을 듣는 수준으로 회의를 마치며 일단락 짓는다. 그리고 A4용지를 '쓱' 나눠주며 '답은 각자 써내라'고 한 뒤 반드시 작성자 이름을 기재하라고 하는 것이 좋다. 의사결정 독립성과 책임감으로 쓴 글을 보고 제대로 된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 된다. 필요하면 써 낸 사람을 한 명씩 불러 들으면 된다.
집단지성과 집단사고는 모두가 단체 의사 결정에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질 않다. 영향력 있는 사람의 발언으로 '회의를 통해 모두의 의견을 모았다'고 하는 미명(美名)으로 나타난 집단사고는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행해지는 여론조사, 소비자조사, 선호도조사 등도 의문을 품어야 한다.
참고로 한국도로공사에 전화를 해서 문의하니 고속도로 휴게소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174개소라고 한다.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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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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