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이어 이상훈도 위수증 판단… 법원, 영장주의 원칙 재확인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10일 무죄가 선고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2심 재판은, 법원이 최근 들어 '영장주의 원칙'에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 보여줬다. 영장 제시 없는 압수수색은 위법이고,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어떤 경우에도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법원은 앞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낸 준항고를 일부 인용할 때도 비슷한 판단 근거를 댄 바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 재판의 핵심 쟁점은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가 적법했느냐였다. 검찰은 이 사건 관련 증거들을 2018년 2월 삼성전자 수원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던 중 우연히 확보한 하드디스크 안에서 발견했다. 그런데 압수수색 당시 수사관이 직원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이 전 의장을 비롯한 삼성 측은 재판 과정에서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해 관련 증거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원심과 달리 압수수색 절차에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건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장의 제시는 영장주의의 원칙을 절차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절차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영장에 기재된 수색ㆍ검색장소를 검찰이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한 점도 2심 재판부는 문제라고 봤다. 이런 재판부의 잣대는 곧 이 전 의장의 무죄로 귀결됐다.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로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기자는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받았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피의자가 영장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는데도 수사기관이 제시하지 않고 물건을 압수한 경우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선 5월 검찰은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채널A 간부를 만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나, 이 전 기자 측은 "검찰로부터 영장을 제시받은 사실이 없다"며 수사기관 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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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기자의 첫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오는 26일로 열린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자신들의 압수수색이 적법했음을 인정받아야 공판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검찰이 제기한 재항고 사건은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에 배당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대법원 3부는 지난 4월 휴대전화 등을 압수하면서 피의자에게 영장의 겉표지만 보여주고 구체적인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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