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 해결·성장 동시에 가능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 투입
에너지 생산·운송수단 변화 기대
건축물도 바꿔 일자리 창출 효과
배터리株 상승 등 투자에도 영향

[이종우의 경제읽기]경제 전환점 될 '그린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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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대공황 이후 미국의 경제 정책은 두 번의 전환이 있었다. 하나는 1932년 시작된 뉴딜정책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자유방임주의를 포기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쪽으로 나갔다. 뉴딜이 지배적인 정책이었던 동안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번영을 누렸지만 1970년대에 일본과 독일에 제조업이 추월 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또 하나는 1980년에 시행된 레이거노믹스다. 자유 경쟁을 강화해 시장이 정책을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가 이뤄져 198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다시 쥐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지나친 금융 완화로 2008년에 금융위기를 겪기도 했다.


우리 경제도 두 번의 전환점을 지나 현재 모습이 됐다. 1970년대 중반 중화학 공업 육성이 1차 전환점이었는데 경공업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또 한번은 2000년 전후에 이뤄진 IT 육성정책이다. 그 덕분에 세계적인 IT 경쟁력을 확보했고,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의 기반도 갖춰졌다.

다음 경제의 전환점으로 국내외 모두에서 꼽고 있는 게 그린 뉴딜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자는 목표인데 세계 주요국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그린 뉴딜을 기후위기 대응과 미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해소의 방안으로 여기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향후 10년간 1조7000억달러(약 2023조원)를 투입해 2050년까지 100% 청정 에너지 경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세부 방안으로 분산형 스마트그리드 구축과 건축물 에너지효율 개선, 수송 시스템 개발을 통한 탄소 배출 감소를 내세우고 있다. 유럽은 미국보다 한 보 앞서 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는 계획하에 경제 성장과 자원 사용 이원화를 통한 친환경 에너지 사용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들어가는 재원으로 향후 10년간 1조유로(약 1400조원)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을 투자해 그린 뉴딜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ㆍ공간ㆍ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을 위해 노후 건축물 23만호의 제로 에너지화를 완성하고 스마트 그린도시 25곳을 조성할 예정이다. 저탄소ㆍ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은 물론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차원에서 스마트 그린 산단 10곳을 조성하고 스마트 생태 공장과 클린팩토리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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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로 크게 변하는 부문은 셋이다. 우선 에너지 생산인데 앞으로 전력은 태양광, 풍력, 조력 등 다양한 곳에서 전력을 생산한 후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에너지 저장소에 모으는 형태로 진화할 걸로 보인다. 이렇게 에너지 생산 형태가 바뀌는 건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전력 생산 비용이 석유나 천연가스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태양 전지판에 사용되는 실리콘 광전지의 경우 1977년에 와트당 고정비용이 76달러였는데 지금은 50센트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풍력도 사정이 비슷하다. 국제 재생에너지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육상 풍력 에너지의 킬로와트시(kWh)당 생산 단가는 3~4센트 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 하나는 전기차를 포함한 운송수단의 변화다. 앞으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해 2025년에는 전기차가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주축이 될 걸로 보인다. 전기차가 이렇게 각광을 받게 된 건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고 용량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팩 가격이 2010년 kWh당 1183달러에서 작년에 156달러로 87% 하락했다. 연평균 19%씩 가격이 떨어진 건데 이 추세대로라면 2024년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 반면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매년 평균 5~7%씩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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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기차가 전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밖에 되지 않는다.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전기 충전소를 포함한 인프라에서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이런 사정을 모두 감안해도 자동차에서 '창조적 파괴'가 일어날 시간이 멀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2010년 수천 대에 불과하던 전세계 전기차가 2018년에 200만대로 늘어났고, 2025년에는 1000만대, 2030년에는 2800만대, 2040년에는 5600만대를 돌파할 걸로 추정하고 있다. 2040년 판매되는 승용차의 57%, 전 세계 승용차의 30% 이상이 전기차가 될 거라는 얘기다. 현재 전세계에서는 매일 9600만배럴의 석유가 소비되고 있는데 운송부문이 이중 62.5%를 차지하고 있다. 덩치가 큰 만큼 변화에 따른 효과도 클 것이다.


그린 뉴딜로 영향을 받는 세 번째는 건축물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존 건축물의 개조를 통해 주거용이나 상업, 산업용 건축물이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 같은 재생 에너지에서 전기를 얻도록 강제하는 법령을 만들고 있다.


그린 뉴딜은 단순히 환경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미국의 태양광, 풍력과 전기차 부문의 경우 이미 100만명이 고용돼 있다. 여기에 건물 개조 등에 고용되는 인력까지 따지면 300만명이 새롭게 고용되거나 기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걸로 전망된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청정 에너지 생산과 환경 관리 부문에서 320개의 새로운 직종이 만들어질 텐데 이들에게 수준 높은 노동이 요구되는 만큼 시간당 임금이 현재보다 8~19%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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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은 이미 투자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판 뉴딜이 나오기 이전에 배터리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른 거나 발표 이후 차세대 자동차에 대한 기대로 자동차 주식이 상승한 것 모두 그린 뉴딜이 주가에 미친 영향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전기차, 전력 그리드, 재생 에너지를 그린 뉴딜 관련 업종으로 보고 있다. 이중 전력 인프라와 재생에너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들이 시장의 관심을 모아도 배터리와 같은 힘을 발휘하긴 힘들다. 배터리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전력 인프라나 재생 에너지는 여기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가가 별로 오르지 않았고 오래 전 한번 얘기가 나온 후 최근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재료가 신선한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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