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14兆 첫 돌파…증권사들 한도증액 두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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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동학 개미'들의 투자 열기가 가열되면서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 사상 처음 14조원을 돌파했다. '빚투(빚을 내 주식 투자하는 현상)' 증가로 대출자금이 소진된 주요 증권사들이 신용공여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4일 기준 14조49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처음으로 13조원을 넘어선 지 14일 만에 다시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시장의 신용융자가 6조7421억원, 코스닥 신용융자는 7조3074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주로 개인이 많이 활용하고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신용융자 잔고도 늘어난다. 연 환산 이자율은 4~9% 정도다.


신용융자 규모는 지난 3월부터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감과 급증을 오갔다. 올해 초 9조~10조원대를 오가던 신용융자 규모는 3월 들어 줄어들기 시작해 3월 말에는 6조원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코스피가 3월5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30% 넘게 급락하면서 '반대매매'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투자자의 주식을 증권사가 담보로 잡고 있다가 투자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시장에 파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난 3월 말부터 코스피가 상승 가도를 달리면서 빚투 규모는 다시 빠르게 늘어 지난달 15일 12조원을 넘었다.

최근 빚투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개미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빚을 내서라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난다. 저금리 기조도 한몫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이라 주가 상승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기대치가 높다"며 "최근 상승세를 연출한 제약바이오주, 비대면 관련주를 중심으로 빚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개인들의 빚투는 대부분 제약.바이오와 비대면(언택트) 관련 종목들에 집중됐다. 최근 4개월간 코스피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셀트리온으로 이 기간 2083억원의 융자가 늘었다. SK(1522억원), 부광약품(1115억원), 카카오(1148억원), 네이버(966억원) 등도 신용융자가 1000억원 안팎으로 증가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셀트리온헬스케어(2166억원), 씨젠(1378억원), 셀트리온제약(778억원) 등 바이오 종목들에 대한 신용융자가 집중됐다.


빚투의 증가로 신용융자를 중단하는 증권사들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신용융자 중단을 공지했다. 삼성증권은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당분간 이용할 수 없게 됐다"며 "관련법에 따라 해당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때 다시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언급한 관련법은 자본시장법으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100%는 중소기업ㆍ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로 한정)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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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유로 KB증권도 지난 22일부터 예탁증권 담보대출을 중단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4일부터 예탁증권 담보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는 예탁증권 담보대출을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일시 멈췄다.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역시 수익원 중 일부인 만큼 신융융자 위탁증거금률 상향, 신융융자 재원 다양화 등의 방식으로 신용공여 확대를 꾀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동학개미 운동 등으로 신용융자가 전례없이 늘어나 증권사 대부분 대출 한도까지 이른 상태"라며 "증권사마다 선제적으로 한도를 늘리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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