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고, 마음은 이야기에 매료되곤 한다. 이야기는 하나의 세계이며, 인간의 역사를 이끌어온 힘이기도 하다. 야만에서 이성으로, 또 이기(利己)에서 이해와 배려로 나아가는 '순방향'에, 이야기가 주는 공감 능력이 특별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뉴스 속 사건과 사고를 처음 접할 때는 단순히 숫자로만 인식될 때가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접하고서야 가슴이 서늘해지는 경험이 그런 것이리라.
상품을 사고 파는 데에도 이야기가 접목되는 시대에,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사야 하는 정치권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한 이야기의 기본은 전복과 반전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인류에 각인된 것은 약자의 승리, 그 쾌감이 일조했다. 어차피 다수는 약자이고 짓눌린 삶을 살기 마련이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은 이야기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정치권에선 '바람'이란 표현과 곁들여질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는 극적이다. 변호사이긴 하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은 흙수저에다 정치적 기반도 미약했던 고인의 역전 드라마는 이야기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쉽게 말해, 뻔하지 않은 게임에 국민들은 환호해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기 대권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진중한 목소리와 태도, 논리의 정연함은 안정감을 준다. 총리 시절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차분하되 강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신뢰를 보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 의원 대세론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춘 시각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이야기다. '전남 태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동아일보 기자 출신'. 이 의원의 이력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때 쓰인다. 첫 직장은 한국투자신탁이었다. 그의 스타일만큼이나 걸어온 삶도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은 안정감 못지 않게 새로움과 비전을 원한다. 그의 입에서 꿈을 꾸게 할 만한 새로운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비된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한 뒤 변호사가 되었다'. 이 지사의 과거를 설명하는 짧은 문장이다. 온갖 개인사 의혹과 정치적 공세 속에서도 그는 결국 살아남았고, 지지율은 이 의원을 위협할 정도로 올라섰다. 뭔가 파란만장해 보이는 삶의 이야기와 미래를 향한 저돌성, 개인적 호불호를 차치하고 이 지사에게 눈길을 가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기본소득에 이어 기본주택을 꺼내들며 쉼없이 이야기 꺼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7일 김부겸 전 의원과 회동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가셨던 길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한다"고 했으며, 김 전 의원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따르는 국민, 도민들한테 희망의 씨앗을 계속 키워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노무현의 길'과 '국민 희망'을 논하고 "대구경북(TK) 출신으로 경기도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연대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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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의원의 길은 안개 속에 있다. 지금 앞서 있다고해서 결승점도 먼저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음은 당연하다. 누구보다 본인이 세상에 비쳐지는 모습을 곱씹어보고 있을 것이다. 국민은 팍팍한 현실을 변화시킬 비전을 원한다. '엄중하게' 지켜봐 왔다면, 이제는 엄중하되 힘있는 결단과 실행을 보여주길 바랄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경쟁을 통한 흥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당 대선 후보들의 생산적 경쟁은 국민들에게 수혜로 돌아갈 것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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