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룰, '여성 동료와 일·대화 하지 않겠다'…여성 배제 논리
시민들 "펜스룰 해답 아니다…성인지 감수성 갖춰야" 비판
전문가 "성폭력 범죄 반복하는 기제로서 작동…고용 불평등 문제도"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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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박준배 김제시장이 단체장 비서실에 여성 직원을 없애는 이른바 '펜스룰'(Pence Rule) 조치를 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02년 하원의원 재직 당시 한 인터뷰를 통해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한 용어다. 성범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여성 동료와 일·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여성 배제 논리로 사용된다.

여성계는 펜스룰 자체가 여성차별에서 비롯했다며, 이같은 방식이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등의 성범죄를 근절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한 매체는 '비서실에 여직원 없애라-여직원 없는 김제시장실 관심집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성 직원을 배제한 박 시장 비서실을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성 비위 등과 구설수에 민감한 박 시장의 엄명에 따라 김제시장 비서진 4명은 모두 남직원으로 구성됐다.

또 기사에는 "김제시장 비서실은 여직원과 관련된 구설수는 물론 오해의 소지마저 원천봉쇄됐다"라며 "일찌기(일찍이) 여직원을 배제한 박준배 시장의 결정에 머리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성인지 감수성이 유난히 높은 박 시장은 여직원이 혼자 시장실에 결재를 받으러 오는 것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등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펜스룰을 내건 박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펜스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재발 방지 및 대책 방안이 아니며, 성범죄 가해 행위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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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하고, 조직 내 분위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대상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절대 모범사례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A(27) 씨는 "펜스룰은 성차별의 근본 원인인 '남성 권력 위주의 사회'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차별당하는 피해자 '여성'들을 일방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마치 여성들이 '무고한' 남성들을 괴롭힌다는 인식을 줄 뿐만 아니라 문제의 근본 원인인 남성 권력 위주의 사회를 고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B(29) 씨 또한 "이번 사건에서도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남성 고위직인데, 결국 업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지목당하는 건 여성 근로자다"라면서 "문제의 싹을 자르고 싶다면 가해자를 배제하자고 하는 게 맞지 않나. 펜스룰은 또 다른 여성차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3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펜스룰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권력자들의 인식 개선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관용의 법 집행과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의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고위 공직자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더 강화하는 방법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펜스룰이 성폭력을 방지하는 장치가 아닌, 오히려 사회적으로 성폭력 범죄를 반복하게 하는 기제로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17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남성과 여성이 완전히 분리된 방식으로 모든 공간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에 펜스룰이 결코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펜스룰이 작동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은 여전히 성적인 대상이기 때문에 남성은 그런 욕망을 통제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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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러면 분리될 때 고위 공직자, 주요한 자리에 가지 못하게 되는 건 여성이 된다. 지금의 남성 권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방식은 유리천장을 결코 해소할 수도 없을 것이며, 고용 불평등 문제도 야기하게된다"고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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