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주 3읍면 협의체 반목
주민설명회 3차례 무산
지난달 27일부터 4주간 숙의
2022년 3월까지 증설 못하면
대구경북 전력 21.9% 셧다운
전기요금 인상·전력수급 불안

조용했던 월성…맥스터 증설 공론화 후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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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정답게 밥을 먹던 이웃과 연락을 안 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번 정부에선 느닷없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맥스터)을 공론화 대상으로 이끌고 있다. 원전 착공 여부도 아니고 사용후핵연료 안전시설이 왜 정쟁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 이것 때문에 왜 주민들까지 싸워야 하나."


월성원전 15㎞ 이내의 '동경주 3읍면(양남면·양북면·감포읍)'에선 주민들 사이에 위원회가 운영된다. 원자력뿐 아니라 읍면의 대소사를 논하는 협의체다. 멤버들은 지난 5월 이후 서로 연락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월성원전 2·3·4호기 맥스터 증설을 둘러싼 의견 차이 때문이다. 한쪽은 '원전을 안전하게 돌리는 데 필요한 시설이 왜 논란거리냐'라고 말하고 다른 쪽은 '알고 보니 핵폐기물이 늘어난다더라. 이제는 닫아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숙의 과정서 반대 우세 시 맥스터 공사 지연= 현재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 산하 지역실행기구는 맥스터 증설 여부를 놓고 주민 숙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숙의 과정에는 동경주 3읍면 주민 100명과 경주시민 50명 등 150명이 참여한다. 지난달 27일부터 4주간의 숙의 과정을 거친다.


그동안 3번의 주민설명회가 파행됐다. 양남면 주민 일부와 탈원전단체의 반대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8월 착공'을 위해서는 숙의 과정까지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중간에 정정화 전 재검토위원장이 사퇴하고 1일 김소영 위원장이 새로 선임됐지만, 이와는 관계없이 숙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숙의에 참여하는 동경주 3읍면 주민 100명 중 42명이 월성원전 반경 2~3㎞에 사는 양남면 주민이며 이들 사이에서도 이미 찬반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나머지 58명의 양북면, 감포읍 주민은 물론 경주시민 50명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공론화처럼 찬성-반대 득표율로 가리는 것은 아니고 숙의 과정 후 합의문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진행한다. 증설 찬성이 우세하면 '경주시에 공작물 축조 신고→재검토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합의문 제출' 등을 거친 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가 즉시 삽을 뜬다.


최악의 경우 월성 2~4호기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숙의 과정에서 증설 반대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증설까지 19개월이 걸리는 맥스터 공사가 지연된다. 2022년 3월에 맥스터가 꽉 차기 때문에 그 전에 맥스터를 짓지 않으면 안전을 위해 월성 2~4호기를 세워야 한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 전력의 21.9%가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돼 전기요금 인상, 전력수급 불안 등을 경주 주민과 국민이 함께 감당해야 할 수 있다.


◆현지 주민 "안전시설 증설이 정치화"=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부의 맥스터 증설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다. 맥스터는 원전이 지어진 1978년부터 늘 있던 것인데 이번 정부 들어 안전시설 증설이 '정치화'됐다는 것이다.


주민 A씨는 "이번 정부는 영구저장시설, 임시저장시설 등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 고민하는 걸 넘어 잘 돌던 시설 증설을 '안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공론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월성원전을 착공할 때는 박정희 정권이었으니 감히 누가 반대를 말할 수 없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용후핵연료 저장장치를 관리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인데 관련 시설을 뺀다 만다 논의하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특히 월성원전과 근접한 양남면 주민들은 3번의 주민설명회 파행 때문에 '탈원전단체에 넘어간 구역'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 상황에 의아해했다. 거리에 나부끼는 플래카드만 봐도 찬성하는 쪽도 상당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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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들은 "와보지도 않은 외부인들이 몇몇 설문조사 결과 소식 등을 통해 '월성 민심'을 지레짐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용후핵연료 시설 처리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도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하루하루 스트레스만 쌓인다는 전언이다.


월성(경주)=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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