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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시세조종과 허위공시 등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과 김종중 전 삼성미래전략실 전략팀장(64), 삼성물산 주식회사가 소집을 신청해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는 이들 3명에 대한 ‘불기소’ 및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 의견을 냈다.

특히 현안위원에 참석한 위원 14명 중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13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69), 김 전 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검찰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신병처리 방침이 정해진 상태에서 삼성 측의 기습적인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으로 완전히 한방 먹은 모양새가 돼버렸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공개된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결과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의견을 종합하여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수사심의위의 심의의견과 다른 선택을 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앞으로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대략 3가지 정도로 예측해볼 수 있다.


◆‘심의의견 무시’하고 불구속 기소 강행=우선 수사심의위의 심의의견을 무시하고 원래 진행되던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 부회장, 최 전 실장, 김 전 팀장, 삼성물산 법인 등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가능성이 높게 예측되는 결과다. 앞서 이 부회장 등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뇌부와 일선 수사팀 및 대검 수뇌부 사이에 이견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쨌든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의 뜻을 받아들여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는 점에서 검찰 내부적으로는 이미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는 기정사실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수사심의위의 심의의견에 구속력이 없고, 단지 권고적 효력뿐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이 부회장 등을 기소하는데 법률상 장애는 전혀 없는 상태다.


전문수사자문단과 달리 수사심의위가 비법률가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이날 표결에 참여한 13명의 투표 결과에 따라 검찰이 1년7개월간 공들여 온 수사 결과를 뒤집는 게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수사심의위 제도가 검찰이 자체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수사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듣겠다’며 스스로 도입한 제도라는 점과, 이전 8번의 전례에서 수사심의위 심의의견을 존중했던 것과의 형평성 문제는 검찰로선 부담이다.


검찰이 기소를 전제로 계속 수사를 진행한다 해도 삼성으로서는 수사팀이 차마 영장재청구는 검토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는 소득은 챙겼다. 검찰의 기소 이후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재판 과정 내내 ‘무리한 기소’, ‘외부의견을 무시한 검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것이란 점도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심의의견 존중’ 수사중단·불기소처분=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검찰의 선택은 수사심의위의 심의의견을 존중,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처분하는 것이다.


이 경우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수사와 재판으로 인한 기업의 ‘오너 리스크’ 부담을 덜어줬다는 재계의 평가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년이 넘는 기간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온 검찰이 과연 무리한 수사였음을 인정하고 ‘자기 부정’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더욱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연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고, 박영수 특별검사팀 시절부터 윤 총장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삼성의 합병·승계를 둘러싼 의혹들을 수사해온 한동훈 검사장이 좌천돼 감찰 대상이 된 상황에서 이번 수사마저 무리한 수사였음을 자인한다는 것이 검찰로선 쉽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 부회장 불기소, 최지성·김종중 기소=마지막으로 떠올려 볼 수 있는 검찰의 선택지는 이 부회장은 불기소하고, 최 전실장과 김 전 팀장은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이다.


애초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불법적 행위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과,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수사중단’ 의견까지 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최 전 실장 등이 이 부회장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하는 상황에서 재판에서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포기하는 대신, 비교적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나 진술이 충분히 확보된 최 전 실장과 김 전 팀장을 재판에 넘김으로써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검찰의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절충적 방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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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동안 일련의 과정을 이 부회장이 인지하고 주도했다는 기존 검찰의 수사 결과를 뒤집는 것이어서 앞의 두 방안에 비해 실제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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