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조정래 감독 "단성사서 몰래 본 '서편제', '소리꾼'에 존경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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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27년전, 단성사에서 본 후 제 인생을 바꾼 영화 '서편제'를 향한 존경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영화 ‘귀향’(2016)으로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 사실을 알린 조정래 감독이 ‘소리꾼’으로 4년 만에 돌아왔다. 28년간 가슴에 품어온 국악을 스크린에 펼치며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그는 하늘이 도왔다며 영화를 완성시킨 과정을 전했다.

조정래 감독은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소리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소리꾼’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천민인 소리꾼들의 한과 해학의 정서를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민속악의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내는 음악영화다. 우리의 정통 소리를 재해석, 현대음악 시스템으로 새롭게 구성한다. '귀향'(2016)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의 신작이다.

국악계에서는 북 치는 고수로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조정래는 감독은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보고 판소리에 매료돼 소리를 배울 결심을 했다. 1998년 쓴 단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장편 영화 '소리꾼'으로 완성했다. 조 감독은 “군대 다녀와서 3학년 2학기 때 쓴 단편 시나리오에서 출발한 영화다. 당시 구성은 보잘 것 없었다. 일종의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였다”며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성과 남성이 사귀고 결혼에 이르며 노년을 함께하며 삶을 복기하는 내용이다. 학규와 갓난의 이야기에 토대가 됐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관이 반영됐다. 고통스러운 삶이지만 서로 의지하면 행복하다는 내용이 주제다”라고 전했다.


조정래의 꿈은 22년 만에 장편 ‘소리꾼’으로 스크린에 살아났다. 그는 “행복하다”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그러면서 “한 때는 영화과 진학을 후회해 자퇴하려던 적도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영화에 미쳐서 휴학하고 선배들 영화에 조수로 참여하기도 했다. 졸업하고 방황하던 시기, 같이 국악 활동을 하던 친구들끼리 봉사에 가서 만난 게 위안부 할머님들이었다. 충격을 받아서 ‘귀향’을 만들었다. 영화 내내 우리 전통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마지막 장면에는 진도 씻김굿을 통해 돌아가신 분들을 고향으로 모셔온다. 그러다 KBS ‘국악한마당’과 ‘폭소클럽’ 등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다”라고 지나온 길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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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이후 27년 만에 제작된 정통 판소리 뮤지컬 영화다. 조정래 감독의 인생을 바꿔놓은 영화가 바로 ‘서편제’라고. 그는 “93년 단성사에서 ‘서편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극장 관계자들한테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리고 싶다. 영화에 매료돼 또 보고 싶은데, 다시 표를 사기엔 차비가 없어서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다음 회차에 들어가 영화를 또 봤다”라며 웃었다.


“극단에서 활동할 때 영화하면 굶어 죽으니 영화과에 가라는 선생님 조언을 듣고 진학했다가 1년 내내 방황하기도 했었다. 의미가 없더라. 그러던 중 2학년 때 과제로 ‘서편제’를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됐고 빠지게 됐다. 동시에 소리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서편제’를 통째로 외웠다. 나중에 북을 배울 때도 리듬을 빨리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됐다. 인생 영화다.”


그러면서 조정래 감독은 ‘서편제’와의 비교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도전이라는 표현은 말도 안 된다. 제 인생을 바꿔놓은 영화에 대한 존경의 의미랄까. 우리 소리라는 소재를 차용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서사다. 이야기 속에서 관객이 뭔갈 가져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봉근이 극 중 주인공 학규 역을 맡아 아름다운 우리 가락을 전한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음악을 전공했으며 국악계에서는 잔뼈 굵은 소리꾼이다.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2012년 KBS 국악대상 연주상 (앙상블 시나위) 등을 수상하며 활약했지만, 첫 연기 도전이다. 그를 주인공에 낙점하는 게 절대 쉽지 않았을 터. 조정래 감독은 “주인공 학규에 실제 소리꾼을 캐스팅한다고 하자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많지 않냐. 소리를 가르쳐보는 건 어떠냐는 반응이었다. 그 말도 틀리지는 않았지만, 우리 영화의 주인공은 소리라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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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세계화를 끌어낸 월드뮤직그룹 공명 박승원 음악감독의 조합으로 신뢰도를 구축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박 음악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시기부터 참여하여 크랭크인 전 이미 80% 이상의 가이드 영화음악을 완성했다.


후반작업에서 진행되는 기존의 음악영화와는 달리, 촬영 현장에서 음악 작업을 진행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또한 영화 장면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포인트를 설정했다. ‘소리꾼’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시녹음으로 진행했다. 조정래 감독은 “박승원 감독과 작업을 꼭 하고 싶었다. 굉장히 다양한 음악에 관심이 많다. 국악의 대중화가 쉽지 않은데 노력도 많이 했다. 음악영화이기에 음악이 중요한데 음악이 살기 위해서는 서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함께 시나리오를 보고 분석하고 음악을 몇 개 갈아엎었는지 모른다. 현장에서 반드시 키를 맞추는 작업을 했다. 키가 맞지 않으면 후시 녹음을 해야 하는데 관객 수준이 높아져서 금방 아신다. 쉽지 않았지만 정교한 작업을 거듭했다”고 기울인 노력에 대해 전했다.


‘소리꾼’은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냈다. 영화 속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는 제작진, 조정래 감독의 피땀 눈물이 서린 사전 답사가 완성한 결과물이다. 조 감독은 “전국 팔도 안 가본 곳이 없다. 예쁜 풍경화나 풍속화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을 찾기 위해 애썼다. 깊은 산에서도 촬영을 하다 보니 왼쪽 무릎 연골도 찢어졌다”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촬영 기간 내내 비가 거의 안 내렸다. 가뭄이 든 것도 아니었는데. 오픈 세트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비가 오면 촬영을 접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다. 촬영 전날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고 해서 일정을 바꿔야 하나 고민했는데 당일 비가 내리지 않고 해가 쨍쨍했다. 한동안 비가 퍼붓길래 촬영일에도 폭우가 예상됐는데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맑았다. 정말 신기했다. 하늘이 돕는 느낌이었다는 표현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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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은 오는 7월 1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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