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쌍용차 평택 본사 가보니
"몸은 일하지만 분위기 무거워"
정부·산은 발언 공유하며 '촉각'

[르포]썰렁한 주차장, 불안한 표정…그래도 공장은 돌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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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정부의 결정만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신청 공모를 하루 앞둔 17일 경기도 평택의 쌍용차 본사 정문. 점심시간을 갓 넘긴 정오 무렵 평택공장은 차량용 부품ㆍ자재를 실어나르는 10t 트럭 수십대가 오가며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쌍용차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당했다.

쌍용차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한 직원은 "차는 계속 만들어야 하니 다들 일을 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이 "쌍용차에 새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지분 매각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 평택공장이 활기를 잃었다는 전언이다.


지분 75%를 보유한 대주주 마힌드라가 손을 떼겠다고 나서면서 쌍용차는 새 주인을 찾기에 한창이다. 2011년 마힌드라가 인수한 이후 9년 만이다. 평택공장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한다는 한 직원은 "2004년에는 상하이차, 2011년엔 마힌드라로, 10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가 자꾸 넘어가니 착잡한 심정"이라며 "주인이 바뀌면 분명 구조조정을 할 것이고, 내부에 그런 류의 상처가 너무 깊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믿었던 마힌드라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이들도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긴급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 쌍용차가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세울 '플랜B'는 사실상 없다. 쌍용차에서만 25년 넘게 근무한 생산직 직원은 "정부가 2000억원 정도 지원을 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다들 실시간으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그것만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회사와 노동조합 모두 현재 상황에 대해 현장에 속시원하게 설명해준 게 없다"면서도 "회사나 노조가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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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역시 상황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4월처럼 마힌드라가 노조나 회사쪽에 공문을 보내온 게 아닌 데다 산은 등 정부 입장도 공식화되지 않은 만큼 아직 가능성만으로 대응에 나서긴 어렵다"며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쌍용차는 신차 준비를 이어가며 '위기 그 다음'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날 평택공장 인근에서는 올 하반기께 재출시가 예상되는 티볼리의 롱바디버전 '티볼리에어'의 시험차로 추정되는 차량이 주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좋은 차는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코란도가 나왔을 때도, 티볼리가 나왔을 때도 회사 전체가 활기를 되찾았다." 정부 지원을 받아 당장의 급한 불을 끄더라도 경쟁력 있는 신차 없이 위기가 반복될 수 있음을 직원들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경기 평택갑을 지역구로 둔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접고용된 인원 1만명에 더해 관련 인원이 수만명에 달할 만큼 쌍용차가 평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기안기금은 물론 채권자인 산은의 대출 만기 연장, 신차 개발 자금 추가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평택공장 한켠에 대기 중인 신차 주차 공간은 절반가량 비어 있어 쌍용차의 위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오후 늦게 산은 측이 쌍용차는 현 기준상 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언급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장의 분위기는 한 층 더 가라앉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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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몰리면서 불안해하는 건 본사 직원들만이 아니다. 일선 판매점에도 쌍용차의 앞날에 우려를 표하는 고객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쌍용차 판매대리점 관계자는 "마힌드라의 발언이 한 번씩 이슈가 될 때마다 쌍용차를 구매해도 괜찮겠느냐는 문의가 이어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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