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탈밍아웃 - 놀리지 마세요, 질병입니다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지난해 8월 17일 새벽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식당에서 일하던 A(30) 와 B(40)는 일을 마치고 집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술기운이 올라오자 B는 A의 가발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A는 평소 탈모가 심해 가 발을 착용하고 있었고, 이 사실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A는 자신의 탈모와 가발 착용을 알고 있는 B에게 종종 ‘ 비밀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취기가 오른 B는 A의 가발을 지적하며 ‘대머리’라고 반복해서 놀려댔다. 술기운보다 놀림에 더 강하게 수치심과 모욕을 느낀 A는 흉기를 가지고 와 그 자리에서 B를 살해했다. 이런 사건은 종종 되풀이 된다. 지난 12월에도 자신을 대머리라고 놀린 후배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중국 동포 사건이 발생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 서울 석촌호수 인근 호프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도 같은 소재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머리가 된 이들에게 탈모는 뼈아픈 자존심이고, 가발은 아픔을 감추는 무기다. 그래서 탈모는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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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밍아웃은 탈모와 커밍아웃의 합성어로 탈모를 스스로 고백하는 것을 뜻한다. 탈모는 인류의 오랜 숙제로 오늘날까지 완전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가발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사용됐고,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탈모를 피하지 못해 고추냉이와 아편, 비둘기 배설물을 섞은 약을 개발해 빠지는 머리숱을 지키려 노력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스로 탈모사실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서는 탈밍아웃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 탈모치료학회는 국내 잠재적 탈모 인구를 1000만명으로 추산했다. 탈모는 놀림의 대상이 아닌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다. 나 역시도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탈모를 겪을 수도 있다는 공감대 형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용례
B: 요새 이마 라인이 넓어져서. 이제 올백은 시도도 못 하겠어.
A: 야, 나도 머리 감을 때 보니까 훅훅 빠지더라. 정수리 부근이 휑해.
B: 나란히 탈밍아웃이네. 근데 요샌 고등학생들도 프로페시아 먹고 미리 예방한대.
A: 아, 나도 그때부터 약 먹고 샴푸 조심하고 했었더라면... 지금부터라도 잘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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