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초조→안도'…삼성의 16시간42분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6월8일 오전 10시부터 9일 오전 2시42분까지 총 16시간42분 동안 삼성그룹의 분위기는 시시각각 변했다.
처음 감지된 표정은 불안감이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서관 출입구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대기하고 있던 삼성 임직원들은 모두 착잡하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이 질문을 쏟아내자 잠시 흔들린 눈빛을 보였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현장에 모인 삼성 임직원도 초조한 모습으로 법원 주위를 서성였다. 기자가 "오늘 아침 삼성의 분위기는 어떠냐"고 묻자 삼성의 한 관계자는 굳은 표정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이 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와 미국ㆍ중국의 갈등으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투자와 현장 경영에 고삐를 죄던 상황에서 '복병'을 만났다는 것이다.
검찰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날선 공방이 장시간 이어지면서 30여명의 취재진이 모인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 밖에도 초조함이 흘렀다. 검찰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영장청구서보다 28쪽이 많은 150쪽 분량의 영장청구서를 읽어 내려갔고,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도 검찰의 영장청구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구속 사유가 없음을 강하게 반박했다. 예상보다 영장심사가 길어지자 삼성 임직원 역시 법정 근처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이날 이 부회장 등에 영장심사는 8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앞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 당시의 기록을 깼다. 당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는 7시간30분 동안 이뤄졌다. 역대 최장 시간 영장심사는 국정농단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8시간40분이 소요됐다.
함께 구속심사대에 오른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 실장 부회장(69)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사장(64)에 대한 심문까지 종료되자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9시10분께 법원을 나왔다. 이 부회장은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호송 차량에 올라탄 이 부회장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서울구치소 앞에는 취재진, 삼성 임직원, 보수 유튜버 10여명만 있었다. 경찰은 당초 이 부회장의 구속을 요구하는 인원들이 몰려와 사고가 날 가능성에 대비해 100여명을 현장에 대기시켰지만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법원이 9일 오전 2시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알려오자 구치소 앞에 모인 삼성 임직원은 안도하는 표정을 보였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검찰의 기소가 예정된 수순인 만큼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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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절차를 마치고 오전 2시42분께 구치소 밖으로 걸어 나오던 이 부회장은 장시간에 걸쳐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와 결과 대기로 인해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차에 오르기 전에는 긴장이 풀려선지 잠시 휘청이기도 했다. 구치소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심경에 대해 묻자 "늦게까지 고생 많으셨다"고 짧게 말한 뒤 차량에 올라탔다. 이날 서울구치소 앞에 모인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이 부회장이 구치소 밖에 나서자 "삼성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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