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파문에 남북 연락사무소 폐쇄 우려까지 남북관계 먹구름…여야 '대북전단' 해법, 정치적 논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문 파동'은 남북 관계 긴장 고조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잔치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파국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 제1부부장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히 비판한 뒤 북한 통일선전부는 담화문을 통해 "적은 역시 적"이라며 남측을 향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북측이 경고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현실이 될 경우 청와대는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동안 남북 대화 채널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긴장 완화의 해법을 찾아왔는데 이러한 기본 공식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흐름은 청와대가 구상한 밑그림과는 차이가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 공동체가 되고 평화 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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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문제를 계기로 전통적인 군사안보의 개념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재난과 질병 등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인에 대처하는 인간안보의 개념을 토대로 접점을 마련해보자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녹아 있다. 북측의 냉랭한 반응은 문 대통령의 인간안보 구상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7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북·미 교착 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지만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주장이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사업 등 문 대통령이 강조한 프로젝트는 뚜렷한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반년이 흘러버렸다.


마음이 급한 것은 여당도 마찬가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백해무익한 대북전단 살포는 금지돼야 한다.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면 대북전단 살포 금지 입법을 완료하겠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무력충돌 우려 등으로 전단 살포를 중지시킨 바 있다. 미래통합당이 야당이 됐다고 다른 소리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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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통일부는 북측이 이날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야당인 통합당은 '김여정 담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놓고 공세를 강화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김여정 담화에 왜 우리 정부가 떳떳하지 못하게 북한에 대해 아무 대응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에게 뭐라고 거기에 순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보수 야당의 비판 공세 역시 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사 대북전단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남북 긴장 완화의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북측의 대북전단 비판은 긴장 고조의 명분에 불과하고 본질은 국제 정세의 주도권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끌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다.


극적인 상황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6·15 선언 20주년 행사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자리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여정 담화문 파동' 등 남북 관계에 변수가 될 일련의 사태에 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반도 평화 구상은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공을 들인 핵심 국정 과제인데 2020년 하반기에 중대 고비를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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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북측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치적 중 하나인 남북연락사무소를 폐쇄할 수 있다는 식으로 강수를 두는 것"이라며 "북한에 저자세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국제사회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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